‘훈민정음 상주본’ 소유자 “1000억원 줘도 국가 귀속 않겠다”

입력 2018-10-30 14:52
훈민정음 상주본. 뉴시스.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장자 배익기씨가 “1000억원을 받아도 국가에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배씨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에 귀속할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배씨는 상주본을 국민에게 공개해 민족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국민이 잘 갖고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귀속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 위원장이 배씨에게 “문화재청에 1조원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배씨는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상주본 재산가치 추정액은 1조원”이라며 “사례금으로 10분의 1 정도인 1000억원을 제시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도 상주본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상주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국보 70호인 해례본과 비슷한 판본이다. 배씨는 집을 수리하다가 상주본을 우연히 발견했다.

상주본은 2008년 7월 31일 안동 MBC ‘훈민정음 해례본 5백년 만에 햇빛’ 보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배씨가 먼저 안동 MBC 측에 제보했고, 상주본 일부가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경북대학교 남권희 교수는 “국보 제70호(훈민정음 해례본)와 동일본으로 판단된다”며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낙장되어 있으나 상태는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서 직접 배씨가 소유한 상주본에 대해 감정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에 따르면 경찰과 일부 관계자가 안동 MBC 보도 이후 배씨 집을 방문해 상주본을 확인했고,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 측에서 몇차례 조사를 부탁했으나 배씨는 “사정 때문에 책을 공개하지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배씨는 지금까지 소장처를 밝히고 있지 않아 상주본은 10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