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본인들의 업무를 거래업체에 전가한 뒤 문제가 발생하자 해당 업체를 고발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고발할 경우 자신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자 사건 자체를 무마하고 담당자에게 주의 조치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입수한 ‘부정당업자제재 및 수사의뢰 여부 검토’라는 제목의 내부 법률 검토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가스공사의 한 지역본부는 A업체와 구매계약을 하면서 비교견적서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 비교견적서는 지역본부가 자체적으로 3개 이상 업체의 견적을 받아 작성해야 한다.
A업체는 이미 폐업한 2개 업체의 견적서 179건을 위조해 제출했고, 이를 적발한 공사 감사실은 법무팀에 A업체를 수사의뢰 할 수 있는지 법률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법무팀은 “공사가 A업체에 사문서 위조행위를 교사한 것으로 판단되면 공사의 불법 부당한 계약업무 형태에 대한 비난이 부각될 수 있다”며 “공사의 이미지 손상 등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발 여부에 신중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비교견적을 받아 공정한 계약행정을 할 책임은 지역본부에 있으며, A업체는 추가로 타사의 비교견적을 조사하여 제출할 책임 또는 의무가 없음이 명백하다” “A업체가 발주업체인 지역본부의 비교견적 제출요구를 거절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비교견적 방법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지역본부임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결국 감사실은 해당 부서와 담당자 4명에게 주의 조치를 하면서 조용히 사건을 무마했다. 권 의원은 “공기업의 계약 담당자들이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벌일 리 있겠느냐”며 “공기업 전반에 만연한 생활 적폐 중 일부일 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