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중국 거점 10억대 보이스피싱 조직 34명 검거

입력 2018-10-30 08:59
중국에 본부를 두고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20~30대를 모집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10억원 상당을 수거·송금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청장 박운대) 지능범죄수사대(대장 박용문)는 보이스피싱 수거·송금 조직 관리팀장 A씨(30) 등 18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 등은 2016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20~30대를 모집한 이후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금 수거하거나 대포통장을 통해 인출하는 수법으로 총 82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0억1000만원을 가로채 중국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현지 중국동포 일당들과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아파트 등지에서 전화금융사기 피해금 수거전문 사무실을 차려놓고, 국내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고수익 알바, 일당 150만~300만원’ 또는 ‘친한 친구로 2인1조 가능한 사람(한명 해외출국 가능자)’ 등의 내용으로 구직 공고 글을 게시하고, 이를 보고 연락한 20~30대 구직자들을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모집했다.

이들은 불법 도박으로 신용불량자가 됐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도 구직 광고글을 올렸고, 구직자들은 일당 100만원 이상 가능하다는 말에 현혹돼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인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2인1개조로 조직원을 모집한 이후 한 명은 한국에서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하면서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중국에 송금하도록 했고, 나머지 한 명은 중국에 ‘보증인’으로 남아 있도록 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이 수거한 현금을 가지고 도망가는 일을 방지하도록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들 조직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또는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다양한 전화금융사기 콜센터로부터 피해금의 수거·인출을 의뢰받았고, 중국 현지 운영팀이 국내 수거책들에게 중국 SNS 채팅앱인 ‘위챗’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현금수거 방법, 일시,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수거책들은 중국 본사에서 지시한 내용대로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행세하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위조된 금감원 서류(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조회서 또는 수사협조 요청서) 등을 보여주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신분을 속였고, 검거를 대비해 가발 및 안경 등을 착용하거나 수시로 환복을 하고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는 수법을 사용했다.

수거책들은 또 현장 검거를 피하기 위해 현금 수거조가 피해자를 만나기 전에 미리 현장에서 잠복 경찰관이 있는 지 감시하는 자칭 '레이더'라는 현장감시조를 배치하기도 했다.

이들 조직은 다른 전화사기 콜센터로부터 수거를 의뢰받으면 피해금액의 50%를 수거 비용으로 챙겼고, 이중 국내 현금 수거책 또는 인출책에게는 피해금액의 10%, 대포통장 모집책 및 현금수거 조직원 모집책에게는 피해금액의 약 2~3%를 수당으로 각각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감시조의 경우 현장에 잠복 경찰관이 있는지 여부 등을 중국에 위챗으로 보고하는 임무로 현금 수거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일당 20만원씩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