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이 29일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관련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국방부는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준장)은 오후 주한 중국 공군무관을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고 중국 측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들어 수차례 지속적으로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우리 KADIZ에 진입, 우리 영해에 근접해 장시간 비행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중국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향후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양국간 방공실무회의 재개 및 직통전화 추가설치 등을 포함한 관련 대책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Y-9 계열 정찰기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1대는 이날 오전 10시3분쯤 제주도 서북 방향에서 KADIZ로 진입했다가 10시37분쯤 이어도 동쪽 방향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쪽으로 비행하다가, 오전 11시48분쯤 포항 동쪽 약 93㎞ 지점에서 다시 KADIZ에 진입했다.
중국 군용기는 이어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강릉 동쪽 93㎞ 지역까지 이동한 뒤 낮 12시13분쯤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입한 경로를 따라 오후 3시2분쯤 KADIZ를 최종 이탈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제주도 서북방 지역에서 미상항적 포착 시부터 F-15K 등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올해만 여섯 번째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은 아니다. 항공기 접근을 조기에 식별,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로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이다. 다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 군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것이 관례다. 군 관계자는 “중국 항공기는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군용기는 지난 1월 29일, 2월 27일, 4월 28일, 7월 27일, 8월 29일 다섯 차례 KADIZ를 진입했다. 중국 항공기가 KADIZ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월말 정례 훈련’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을 동시 겨냥한 ‘전략적 비행’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KADIZ와 JADIZ를 넘나들며 한·일 양국의 군사적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이어도 주변은 한국, 일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곳이다.
과거 중국 당국은 한·중 간 방공식별구역이 일부 겹치는 데 대해 ‘이어도는 수면 아래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동중국해에서 영토분쟁 중인 일본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