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로 가야 합니까.”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전북지회장이 울먹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밴드형 헤드 랜턴이었다.
자신의 머리에 착용한 김 지회장은 “새벽부터 나와서 (헤드 랜턴 착용하고) 일합니다. 자동차도 팔았습니다. 문 닫으라고 하면 문 닫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생 아이들 교육에 헌신했는데 자신들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나 반성은 없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부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에 대해 질타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우선 박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동탄 리더스유치원 문제를 거론했다. 리더스유치원은 설립자의 자녀가 소유한 체험 학습장 부지에 대해 3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월 950만 원씩 지난해 6월까지 총 1억3850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했다. 인근 지역 체험장보다 2, 3배나 많은 사용료도 냈다.
리더스유치원의 설립자는 이 위원장이고 체험장의 소유자는 이 위원장의 딸이었다.
박 의원은 “(유치원과 체험장의) 과도한 계약 체결 이유에 대해 자녀 대출금 이자와 보유세 납부를 위해서라고 사유서에 해명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교재 교구 납품과 관련한 부정 거래도 물었다. 이 위원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동안 유치원이 과도한 혜택을 받았던 것도 지적했다. 현재 유치원은 사업소득세의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44%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감세 특혜까지 받으면서 국가에 공적 사용료를 내라고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과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제도의 허점에서 발생한 오류일 뿐 비리는 없었다며 항변했다. 유치원이 교사의 경력과 원아 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을 부당 수급하고 있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도 “회계 시스템에 해당 규정이 없다”는 말로 잘못을 회피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참여형 정책숙의제를 통해 적절한 회계 규칙을 마련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법규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로 의원들을 다시 만날 것”이라는 엄포성 발언도 내놨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법의 문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문제”라며 “위원장 손자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그렇게 하면 좋겠나”며 이 위원장의 발언을 따끔하게 질책했다.
이 위원장이 제도적 문제를 조목조목 따졌다면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지회장은 소품과 눈물을 활용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발언 시간을 얻은 김 지회장은 “사립학교법, 재무회계법보다 국민 정서법이 이렇게 크다는 걸 실감했다”며 “학부모님들께 죄송하고 어려운 여건에서 교육하고 있는 교사들, 아이들에게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이어 “유치원이라고 시작한 우릴 학교라고 하더니 이제는 학원으로 가라고 한다”면서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 전국에 있는 원장들 전부 루이비통 사는 것도 아니고”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지회장은 들고 있던 헤드 랜턴을 머리에 착용하며 “아침에 눈 뜨면 마당에서 이거 끼고 일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이 위원장과 똑같이 “규정을 미리 정한 뒤 제대로 하라고 혼내 달라”며 제도의 허점을 탓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