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는 사시였다” 천재 화가 될 수 있었던 뜻밖의 이유(연구)

입력 2018-10-29 16:33 수정 2018-10-29 16:34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가 다빈치 모델로 만든 조각상 '다비드'.미국의학협회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인 예술가다. 그가 역사적인 작품을 배출해낼 수 있는 이유는 눈 질환인 ‘사시’ 덕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8일 발간된 미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타일러 영국 런던 시티대학 교수는 다빈치가 ‘간헐성 외사시’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눈에 긴장을 풀면 한 쪽 눈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질환이다. 이 경우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하면 사물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긴장을 풀었을 때는 두개로 보인다. 타일러 교수는 이 같은 질환이 천재적인 예술품 탄생에 일조했을 것으로 봤다.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의 후기 자화상 1점,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가 다빈치 모델로 만든 조각상 ‘다비드’ 등 2점, 다빈치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알려진 그림 3점까지 총 6점을 분석했다. 특히 시선의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는 각 작품의 동공, 홍채, 눈꺼풀 위치를 측정한 다음 각도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살바도르 문디.미국의학협회

미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다빈치에게서 외사시 증상이 발견됐다. 그가 눈에 긴장을 풀었을 때 왼쪽 눈이 바깥쪽으로 -10.3° 향해있었을 것으로 봤다. 작품별로 살펴보면 다빈치 자화상은 -8.3°, ‘살바도르 문디’는 −8.6°로 나타났다. ‘세례 요한’은 −9.1°,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5.9°로 나타났다. 다빈치의 스승 베로키오가 그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다비드’와 ‘어린 전사’도 각각 -13.5°와 −12.5°로 드러났다.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의 눈으로 본 세상은 평평한 캔버스 같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처럼 3차원적인 입체로 보이지 않았을 거란 추측이다. 때문에 캔버스에 형상을 담아내는 데 더 수월했을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빈치는 정확한 명암을 표현해냈다. 타일러 교수는 “오른쪽 눈은 정상이기 때문에 3차원적인 물체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구들은 다빈치의 양쪽 동공 크기가 다를 것으로 봤었다. 하지만 타일러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