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 3회초였다. SK 유격수 김성현은 넥센 박병호의 땅볼을 잡아 2루로 토스했고, 2루수 강승호는 1루로 송구해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넥센 주자 제리 샌즈는 1루 송구를 방해하기 위해 깊이 슬라이딩을 했고, 강승호와 부딪혔다. 샌즈가 먼저 욕을 한 대목은 아직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에 격분해 김성현은 손가락 욕설을 했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이에 대해 KBO는 김성현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KBO는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을 근거로 삼았다. 욕설 및 경기 중 관객, 심판, 상대 구단 선수단에게 위화감과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경우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는 경고와 함께였다.
KBO의 발표대로 욕설 규정이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 있다. 벌칙 내규를 보면 구단에겐 ‘경고, 제재금, 기타 경기규칙에 준하여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개인에겐 “경고,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사회봉사활동, 제재금, 출장 정지 또는 제재금과 출장 정지를 병화하여 제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부칙으로 “단 제재금은 본인 부담으로 하며 해당 연도에 경고를 포함하여 1회 이상 내규를 위반하였을 경우 가중 처벌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하나씩 따져보자. 경기 현장에서 김성현과 샌즈가 설전을 벌이는 동안 심판은 뭘했을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뜯어 말리긴 했다. 경기 개시 이후 경기장 내 모든 상황에 대해 결정권이 있는 심판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정규시즌에도 선수의 욕설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심판은 자신에게 향하지 않으면 말그대로 방치했다. 욕설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KBO도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 조치를 선택했다. 너무나 관대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렇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중징계를 언급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했다. 그런 행동들이 미치는 영향들을 말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결과만을 중요시한다. 과정의 중요함은 무시되기 일쑤다. 욕설이 난무해도 아무런 제재를 강하지 않는 심판진과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하는 KBO의 행정이 과연 올바른지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