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의 생애 마지막 순간은 허무했다. 그는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60세. 불꽃같던 그의 삶에서 지금까지 일군 것들을 버리고 떠나기에 조금 이른 나이였다.
레스터시티는 29일 성명을 내고 “비차이 구단주를 포함한 5명의 헬리콥터 탑승자가 추락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 생존자는 없다”며 “레스터시티를 이끈 위대한 사람이 떠났다. 유족과 슬픔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비차이 구단주의 딸도 이 사고로 사망했다.
비차이 구단주는 지난 28일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1대 1로 비긴 2018-2019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를 관전하던 중 경기 종료를 1시간여 앞두고 헬기에 올라탔다. 이 헬기는 경기장 주변 상공에서 난기류에 휩쓸린 듯 회전해 인근으로 떨어져 폭발했다. 비차이 구단주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비차이 구단주는 미국·중국·러시아·중동의 거대 자본이 유입된 프리미어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인 태국 자본을 투자, 레스터시티의 ‘반란’을 일군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레스터시티는 태국 최대 면세점을 보유한 킹파워그룹 회장인 비차이 구단주의 투자를 받은 2010년부터 급격하게 성장했다.
당시 레스터시티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이었다. 정상급 스타플레이어 없이 전술로 승부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감독, 생산직 노동자 출신으로 인지도 없이 잠재력만 쌓은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비차이 구단주의 투자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레스터시티는 2015-2016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 두 시즌 만의 일이었다. 1884년 창단한 이 팀의 앞서 최고 성적은 1928-1929 시즌 1부 리그 준우승. 2부 리그에서 7차례 우승했지만 1부 리그 우승은 없었다. 2년 전 레스터시티는 그야말로 프리미어리그의 판세를 뒤집은 언더독이었다. 당초 도박사들이 예상했던 우승 확률은 0.02%였다.
비차이 구단주에게 2년 전은 가장 행복했을 시기였다. 개인적인 운도 따랐다. 그는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확정하고 이튿날인 2016년 5월 4일 영국의 한 카지노에서 250만 파운드(약 37억원)의 ‘잿팟’을 터뜨렸다.
주변 사람들과 우승 축제를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간 카지노에서 포커를 즐기던 중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기 위해 거액을 베팅한 결과였다. 당시 비차이 구단주의 추정 자산은 20억 파운드(약 2조9300억원). 36억원은 비차이 구단주에게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보통사람에겐 평생 만질 수 없는 거액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