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무너졌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개 구단 중 9위라는 충격적인 순위다.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14득점 14실점. 영락없는 중위권 성적이다.
레알은 29일 오전 0시 15분(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메라리가 10라운드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1대 5로 패했다. 무려 4점 차 대패. 리그 3연패 및 5경기 무승이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라이벌전 승리를 바탕으로 분위기 반전을 하려 했으나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레알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안일한 영입정책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여름 이탈리아 무대로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백을 마리아노 디아즈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로만 대신한 상황에서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팀을 떠난 호날두는 유벤투스에서 7골 4도움으로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자연스레 임대로 떠나보냈던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지네딘 지단 감독이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하며 제한된 기회만 주자 2년 임대로 바이에른 뮌헨행을 선택한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첫 번째다. 뮌헨은 하메스를 완전 이적으로 데려오기 위한 밑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그가 최근 니코 코바치 감독으로부터 받는 대우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완전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시즌 그가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단 두 경기. 대부분 조커 카드로 활용되거나 교체로 일찍 빠져나오고 있다. 특히 분데스리가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며 코바치 감독과의 불편한 동행을 예고했다.
다음은 마테오 코바시치. 코바시치는 지난여름 출전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꾸준히 이적을 요청해오다 첼시로 임대를 떠났다. 첼시에선 조르지뉴와 은골로 캉테, 로스 바클리 등과 함께 고른 출전을 하며 중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첼시에 계속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레알을 떠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복귀에 대한 여지를 남겨놨다.
보르하 마요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요랄은 레알의 유소년 팀에서부터 시작해 성인 1군 무대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선수다. 2015~2016시즌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에게 첫 1군 부름을 받으며 활약을 예고했지만 이미 초호화 공격진을 갖춘 레알은 유벤투스에서 복귀한 알바로 모라타마저 백업 자원으로 활용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리 없었다.
마요랄은 2016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로 임대를 떠났다 곧바로 이듬해 복귀해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지네딘 지단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 아래 종종 모습을 드러내며 24경기에 출전해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선발 출장이 7번에 불과할 정도로 제한된 기회만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활약이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이번 시즌 그에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선수로서의 성장을 위해 주축으로 올라서길 바라며 레반테로 임대를 떠나갔다.
최근 베일과 벤제마 등 주축 공격수들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터라 마요랄을 떠나보낸데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고 있다. 유일한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원이 벤제마뿐이기 때문이다. 벤제마가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계속 선발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상황.
출전시간을 이유로 임대를 택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레알의 위기는 심각해 보인다. 임대를 떠나갔던 이들 중 팀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이는 마요랄 정도다. 잠시 팀을 떠나있는 이들이 원소속팀을 지켜보며 마음이 착잡할 법만도 한가운데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