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사경 헤매던 50대 남성 구한 광주 여고생 황현희 양.

입력 2018-10-29 12:18 수정 2018-10-31 08:32

광주의 한 여고생이 뇌출혈로 피를 흘린 채 사경을 헤매던 50대 남성을 구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여고생은 뇌출혈로 쓰러진 남성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구명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광주 풍암고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4시40분쯤 2학년 황현희(17)양이 백운동 한 초등학교 육교 앞을 지나던 시내버스 안에서 길을 지나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황 양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장 하차 벨을 누르고 주변 정류장에 내려 남성이 쓰러진 장소로 달려갔다.

황 양은 이어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넘어질 때 받은 충격으로 얼굴 등이 피범벅이 된 남성을 빨리 병원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길을 걷던 중년 남성에게 119신고를 부탁한 뒤 물티슈를 구해 지혈에 나섰다. 당시 수피아 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과 부근을 지나던 여성 1명도 남성이 흘린 피를 닦아내고 신고에 나서는 등 응급 처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황 양은 남성의 품안에 간직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꺼내 보호자인 노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황 양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구급차가 도착했는데도 마땅히 동행할 시민이 없자 황 양은 병원까지 함께했다.

‘보호자가 있으면 수술이 순조롭다'는 병원 측의 통보에 황 양은 남성의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거동이 불편한 노모가 있던 곳에 직접 찾아갔다.

황 양은 여중생과 노모를 부축한 채 400여m를 이동해 뇌출혈에 빠진 남성이 빨리 수술 절차를 밟도록 도왔다.

시력과 청력이 원활하지 못하던 노모는 위기에 빠진 아들을 구해준 황 양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양은 “50대 아저씨가 혼자 걷다가 쓰러졌는데 아무도 도울 사람이 없었다. 곧장 버스에서 내려가 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황 양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게시판에 “처음 119신고를 한 학생은 수피아여중생으로 혼자 한 일이 아니고 모두가 같이 한 일이 미화돼 본의아니게 칭찬을 받은 것 같아 쑥쓰럽다”는 글을 올렸다.

황 양은 “119에 신고해주고 동승해 구급차를 탔던 학생, 교통신호를 막아준 언니, 지혈을 해주신 아주머니 등 많은 사람이 함께 도왔다는 걸 꼭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황 양의 담임교사는 “황 양은 침착하게 직접 지혈도 하고 보호자까지 모시고 병원으로 오는 선행을 보였다”며 “학교에서 봉사상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