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출신 정세훈 시인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인천 전시 11월 2일 개막

입력 2018-10-28 20:11

“우리가/이 세상 꽃이 되어도//잘난 꽃 되지 말고/못난 꽃 되자//함부로/남의 밥줄/끊어 놓지 않는//이 세상의/가장 못난 꽃 되자(정세훈 시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전문)

정세훈 시인이 시력 30년을 맞아 오는 11월 2일부터 15일까지 ‘아프지 말라’라는 주제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인천민예총 문화공간 ‘해시’에서 2주간 시화전을 연다. 개막식은 2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정 시인은 이번 인천 시화전에 앞서 서울 인사동과 시인의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전시회를 연 바 있다.

11월 19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는 부평역사박물관에서 노동(자)와 공장, 공단마을에 관련된 시화만 전시하는 시화전도 추진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노동자들의 어둡고 힘들고 낮고 핍진한 삶을 아프게 담은 것인데다 촛불정국 당시의 활동가의 삶을 직접 목격한뒤 이를 돕기위해 시화전을 연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 시인은 “촛불집회 와중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일했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하에서 다년간 희생한 외면할 수 없는 민예총 실무관계자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되었다. 감히 돕는다는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그저 그 희생의 삶에 보답하고자 지난 3월부터 기금마련 시화전을 준비해 왔다. 마침 올해가 내 시력 30주년이 되었기에 의미가 있다 여기고 준비하게 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시화전을 위해 그동안 발표한 8권의 시집 시편 중에서 시화에 어울릴만한 시 53편을 골랐다. 그 53편을 화가 서예가 판화가 전각가 사진작가 등 52명의 저명한 시각 예술가들이 56점의 재능기부 시화작업을 했다.

시 53편과 시화 56점이 실린 시화전을 위한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는 지난 9월25일 출간됐다.

정세훈 시인은 지난 2016년 10월22일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박근혜정권의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진상규명 및 퇴진 기자회견에 한국민예총 수도권이사장의 직함으로 참석한 이후 진행된 촛불집회 와중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올해 2월까지 그 직을 수행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객지로 나와 20여년 영세공장에서 주야간 노동자로 노동하다 진폐증에 걸렸다. 29세 때부터 전조증상으로 병치레하다 45세 되어서야 진폐증이란 걸 알았다. 52세 되던 2006년 가망성이 없다는 수술을 앞두고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을 내놓고 수술을 받았는데 기적처럼 살아났다.

시인은 이를 두고 “재생되었다”고 말한다. 재생된 후 투병생활 전부터 해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현장 등 어둡고 힘들고 낮은 곳을 찾아가 연대하고 있다. 재생된 후 낸 두 권의 시집 출판기념 행사에서 모은 기금을 작은 금액이지만 콜트콜택 투쟁현장과 노동자의 집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

그는 1989년 ‘노동해방문학’,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과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등을 간행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고 박영근시인시비건립위원회 위원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준비위원장,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소년희망센타 운영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화전 참여 작가는 강지현 고창수 권홍 권장윤 권혁소 김기호 김사빈 김정렬 김종찬 류연복 류우종 박영환 배인석 서홍관 손권일 양상용 염성순 윤경숙 이하 이경희 이동수 이두희 이성근 이성완 이양구 이외수 이윤엽 이인철 이재교 이재정 이진우 임창웅 장세현 전기중 전기학 정미숙 전선용 정운자 정채열 조영옥 조풍류 최정 최수환 최윤경 최진봉 허강일 허달용 허용철 허정균 현용안 홍순창 황재종씨로 파악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