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을 올랐다. 이날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다. 수도권 지역 곳곳에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등산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닌데, 문 대통령과 기자단은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단의 ‘친목 산행’은 이번이 2번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맞은 첫 주말, 대선 기간에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했다. 대통령과의 산행, 그것도 주말에, 벌써 두 번이나. 불만은 없었을까. 이날 북악산 청운대에서 잠시 쉬며 가진 약식 간담회 도중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다른 뜻은 없다. 기자들과 1년에 한두 번 정도 산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봄철 이후에 계속 상황들이 빠르게 전개됐고, 그런 바쁜 상황 때문에 나도 기자들도 고생 많이 했다. 그래서 좋은 계절에 산행 한 번 하자 해서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북악산으로 온 것은 제 뜻은 아니다. 기자들이 다 북악산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길래 선택한 것”이라며 “오늘 날씨가 좀 좋지 않아서 ‘아이고, 취소되는가 보다. 잘됐다’ 했는데 기자들이 ‘비가 오더라도 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재치 있는 발언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분위기는 계속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문 대통령은 북악산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등산도 등산이지만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다”면서 “설악산, 지리산, 히말라야 등을 보면 일반인이 갈 수 있는 최고 높이까지 꼭 가보고 싶다. 북악산도 당연히 청와대 뒷산이니까 위에 올라가 보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할 때 북악산을 주산, 진산으로 선택하고 아래에 경복궁을 들어 앉혔다”며 “그때 무학대사와 정도전 사이에 북악산과 인왕산 중 어느 산을 주산으로 해야 할지 논쟁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도 들으면 북악산이나 인왕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1·21사태 때 김신조 일당과 요원 30명이 북한산으로 와서, 북악터널을 넘어, 자하문 고개로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경찰 검문을 받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곳이 전면 통제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성벽만 개방됐다.” 등의 지식을 풀어냈다.
산행은 문 대통령과 기자단이 ‘셀카’를 찍기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모두 107개 언론사에서 147명의 기자가 동행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단은 서울 성북구 홍련사에서 출발해 창의문까지 약 2.2㎞를 걸었다. 산행이 끝난 뒤에는 인근 식당에서 오찬도 함께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리설주 여사가 (지난 평양 회담 마지막 날 백두산에 오를 때) ‘얄미우십니다’라고 할 정도로 체력에 자신감을 보이셨는데, 평소에 국정을 돌보다 보면 바빠서 운동도 못 하고 체력 관리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 : 이것은 좀 국가기밀에 (일동 웃음) 해당하는 질문이다. (웃음) 특별히 이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냥 청와대 뒷산, 북악산 쪽 산책을 시간 나는 대로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잠시 산책하고,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하다가 여기 성벽로까지 올라올 때가 있고, 주말에 여기에서 탐방객들 맞닥뜨려서 같이 사진도 좀 찍기도 한 적이 있다. 대체로 걷고 하는 것이 건강관리도 되고, 생각하기가 참 좋은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할 때 나한테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금 걷는 거다. 예를 들자면 연설문을 생각한다든지 할 때 이렇게 많이 걸으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어디를 데리고 가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문 대통령 : 지난번에 제가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로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할 때 정말 어디를 가야 할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일정이 잡히면 얼마의 시간을 보낼지 알 수 없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런 말도 있으니까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
-다음 주면 11월이고, 올해가 두 달 남았다. 국정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정리하고 싶으신지.
문 대통령 :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우리가 가계 같으면 이번 달 안에 집수리를 마치고, 또 다음 달에는 겨울 준비를 하고 이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그렇지 않다. 동시다발로 전개되는 것 아닌가. 외교적으로도 할 일들이 많고, 그다음에 우리 경제면에서도 할 일들이 많고, 그래서 그 질문에는 딱히 답하기가 어려운데, 어쨌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가 결코 실패하지 않도록 정말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도록 우리가 한편으로는 북한과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 이렇게 노력을 해야 된다.
또 한편으로는 어쨌든 우리가 거시적으로 경제지표가 어떻든 간에 국민께서는 민생 면에서는 다들 어려워하시기 때문에 민생의 어려움을 덜면서, 그러나 우리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힘차게 이렇게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 그러려면 이제 이번 정기국회 마무리가 중요하다. 거기에 많은 입법이 뒷받침도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국회와 잘 협력해야겠고, 또 거기에 필요한 예산안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