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되나 했는데…” 文대통령, 기자단과 ‘주말 산행’ 성사된 뜻밖의 경위

입력 2018-10-28 18:24 수정 2018-10-28 18:36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춘추관 출입기자단과 함께 북악산 가을산행을 하고 있다. 이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을 올랐다. 이날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다. 수도권 지역 곳곳에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등산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닌데, 문 대통령과 기자단은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단의 ‘친목 산행’은 이번이 2번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맞은 첫 주말, 대선 기간에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했다. 대통령과의 산행, 그것도 주말에, 벌써 두 번이나. 불만은 없었을까. 이날 북악산 청운대에서 잠시 쉬며 가진 약식 간담회 도중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다른 뜻은 없다. 기자들과 1년에 한두 번 정도 산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봄철 이후에 계속 상황들이 빠르게 전개됐고, 그런 바쁜 상황 때문에 나도 기자들도 고생 많이 했다. 그래서 좋은 계절에 산행 한 번 하자 해서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북악산으로 온 것은 제 뜻은 아니다. 기자들이 다 북악산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길래 선택한 것”이라며 “오늘 날씨가 좀 좋지 않아서 ‘아이고, 취소되는가 보다. 잘됐다’ 했는데 기자들이 ‘비가 오더라도 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재치 있는 발언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분위기는 계속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문 대통령은 북악산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등산도 등산이지만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다”면서 “설악산, 지리산, 히말라야 등을 보면 일반인이 갈 수 있는 최고 높이까지 꼭 가보고 싶다. 북악산도 당연히 청와대 뒷산이니까 위에 올라가 보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할 때 북악산을 주산, 진산으로 선택하고 아래에 경복궁을 들어 앉혔다”며 “그때 무학대사와 정도전 사이에 북악산과 인왕산 중 어느 산을 주산으로 해야 할지 논쟁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도 들으면 북악산이나 인왕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1·21사태 때 김신조 일당과 요원 30명이 북한산으로 와서, 북악터널을 넘어, 자하문 고개로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경찰 검문을 받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곳이 전면 통제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성벽만 개방됐다.” 등의 지식을 풀어냈다.

산행은 문 대통령과 기자단이 ‘셀카’를 찍기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모두 107개 언론사에서 147명의 기자가 동행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단은 서울 성북구 홍련사에서 출발해 창의문까지 약 2.2㎞를 걸었다. 산행이 끝난 뒤에는 인근 식당에서 오찬도 함께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리설주 여사가 (지난 평양 회담 마지막 날 백두산에 오를 때) ‘얄미우십니다’라고 할 정도로 체력에 자신감을 보이셨는데, 평소에 국정을 돌보다 보면 바빠서 운동도 못 하고 체력 관리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 : 이것은 좀 국가기밀에 (일동 웃음) 해당하는 질문이다. (웃음) 특별히 이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냥 청와대 뒷산, 북악산 쪽 산책을 시간 나는 대로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잠시 산책하고,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하다가 여기 성벽로까지 올라올 때가 있고, 주말에 여기에서 탐방객들 맞닥뜨려서 같이 사진도 좀 찍기도 한 적이 있다. 대체로 걷고 하는 것이 건강관리도 되고, 생각하기가 참 좋은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할 때 나한테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금 걷는 거다. 예를 들자면 연설문을 생각한다든지 할 때 이렇게 많이 걸으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어디를 데리고 가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문 대통령 : 지난번에 제가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로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할 때 정말 어디를 가야 할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일정이 잡히면 얼마의 시간을 보낼지 알 수 없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런 말도 있으니까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

-다음 주면 11월이고, 올해가 두 달 남았다. 국정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정리하고 싶으신지.

문 대통령 :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우리가 가계 같으면 이번 달 안에 집수리를 마치고, 또 다음 달에는 겨울 준비를 하고 이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그렇지 않다. 동시다발로 전개되는 것 아닌가. 외교적으로도 할 일들이 많고, 그다음에 우리 경제면에서도 할 일들이 많고, 그래서 그 질문에는 딱히 답하기가 어려운데, 어쨌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가 결코 실패하지 않도록 정말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도록 우리가 한편으로는 북한과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 이렇게 노력을 해야 된다.

또 한편으로는 어쨌든 우리가 거시적으로 경제지표가 어떻든 간에 국민께서는 민생 면에서는 다들 어려워하시기 때문에 민생의 어려움을 덜면서, 그러나 우리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힘차게 이렇게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 그러려면 이제 이번 정기국회 마무리가 중요하다. 거기에 많은 입법이 뒷받침도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국회와 잘 협력해야겠고, 또 거기에 필요한 예산안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