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힘겨운 주전 경쟁, 이젠 3부리거에게도…

입력 2018-10-28 15:36 수정 2018-10-28 16:10
헬나스 베로나 구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승우가 좀처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는 28일 오전 1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 스타디오 마르크 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2018-2019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리그) 페루자와 맞대결에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베로나는 그간 3연속 무승이라는 부진한 흐름을 반전시키며 1부 승격을 향해 다시 고삐를 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벤치에 앉은 채로 이를 지켜봐야 했던 이승우는 팀의 승리에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의 이번 시즌 소속팀 출전은 78분이 전부다. 주전 공격수 마토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도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세리에 C(3부리그)에서 올라온 카라마코 시세(30·기니)와 안토니오 라구사(28·이탈리아)가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이들은 1부 리그는커녕 2부 리그 경험조차 이번 시즌이 처음일 정도로 프로 경력이 미미한 선수들인지라 충격은 더하다.

이승우와 동갑내기인 루보미르 툽타(20·슬로바키아)도 벌써 185분을 소화하며 공격 포인트를 신고했다. 툽타 역시 지난 시즌엔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출전시간만을 부여 받으며 팀에 녹아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교체로나마 점차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여름 새로이 팀의 지휘봉을 잡은 파비오 그로소 감독은 이승우를 붙박이 주전으로 쓸 뜻을 수차례 밝혔으나 정작 많은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승우는 체력적으로 문제도 없는 상황이다.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출전시간 어려움을 겪는다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 경쟁에서도 뒤처질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이미 같은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이승우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의 2선에는 손흥민과 남태희가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다. 첫 번째 백업 요원 자리 역시 문선민의 차지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은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두지 않는 성격이라 이승우는 오는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우는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후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속팀에 돌아가 더 열심히 하겠다. 몸 상태는 괜찮다. 내가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발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승우는 어느덧 만 20세를 넘어섰다. 이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드러내야 할 시기다. 자신이 왜 한국축구의 미래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