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를 폭로해 국내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불을 지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미투 폭로의) 반향은 컸지만 2차 가해 등 피해자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26일 공개된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저의 고통도 현재진행형이지만 당당하고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 고통스럽고 슬픈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지만 이는 부당하다”며 “피해자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고, 피해자의 피해가 온전히 구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과 보복인사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그는 12월로 예상되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질문에 “무죄를 예상한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 진상조사단의 한계를 꼽았다.
그는 “성폭력이 아니라 보복인사가 진상조사 대상이지만 검찰에서는 ‘인사는 문제가 없고, 성폭력 부분만 확인하자’는 입장이었다”며 “조사단 명칭과 조직을 보자마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재판 과정에서라도 진실이 드러나길 소망하지만 관련자들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그들이 말을 맞출 시간이 있었다. 배신감이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약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무죄판결이 나온다면 그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거짓으로 속였기 때문이지, 가해자가 죄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피해자가 검사라도 시간이 흐르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이니까 피해를 입으면 즉시 신고하거나 고소해야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겪은 2차 가해를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법무부와 검찰이 앞장섰다. 정치인과 언론을 상대로 ‘정치적 목적’ ‘인사를 잘 받으려고 한 일’ ‘평소 업무능력과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음해했다”며 “가해자가 만든 매뉴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쿨 미투’에 공감을 표하며 지지를 보냈다. 그는 “학교에서 많은 여학생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는데 깜짝 놀랐다. 30년전 내가 학교에서 당한 일을 여전히 당하고 있었다”며 “더 이상 학교에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미투가 계속되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