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75바퀴 도는 동안 흰머리가 하나둘 늘었지만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그동안 맡은 임무에 충실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보람이 큽니다. 무탈하게 정년퇴임을 하고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성사된다면 기차 타고 북녘 땅을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국내 119년의 철도역사상 세 번째 ‘300만㎞ 무사고’의 위업을 달성한 박영수(58·광주고속철도 기관사 승무사업소) 기장은 27일 “묵묵히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라면 성공한 인생으로 여긴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 기장은 “21살 때부터 37년간 꽃피는 청춘기부터 황금기까지 인생의 많은 시간을 철로 위에서 보냈다”며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위장병을 앓은 적도 많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회고했다.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았지만 초창기에는 용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새벽이나 늦은 밤을 가리지 않고 근무에 불규칙하게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2004년 KTX 개통 이후 예정에는 ‘기관사’라고 부르던 기장 등의 복지가 개선되고 철도 종사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더 좋아져 어깨를 우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때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 기장은 “부기관사에서 87년 당시 기관사로 승진 임용된 이후 제복을 입을 때마다 기차 운행의 총 책임자로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긴 터널을 지날 때나 진입 또는 빠져나올 때도 눈을 부릅떠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2005년 7월 200만㎞ 무사고에 이어 13년 만에 100만㎞를 추가한 그는 “40대 중반부터 비번인 날에는 교회 봉사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면서 삶의 원동력을 재충전했다”며 “300만㎞ 무사고 운전의 비결이라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집중력’과 ‘가족사랑’을 꼽고 싶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통한 정기적 봉사활동과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한 정신적·육체적 관리, 가족 간의 유별난 화목함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1981년 코레일에 입사한 박 기장은 용산역에서 오는 29일 오후 4시10분에 출발하는 용산발 광주송정행 KTX 제543열차를 운행해 광명역∼천안아산역 사이에서 대망의 300만Km 무사고 운행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300만Km는 4만㎞의 지구둘레를 75바퀴 돈 것과 맞먹는 거리다. 서울-부산 간 423.8Km를 3539회나 왕복 운행한 셈이다. 매월 1만㎞를 25년간 무사고 근무해야 도달하는 실로 머나 먼 여정이다.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된 박 기장은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성사된다면 정년 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멋진 기차를 타고 북녘 땅을 달려보는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부인 승영희(55)씨와 건장하게 자라준 아들 성현(31), 주현(30)이에게 300만㎞ 무사고 달성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박 기장의 300만Km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29일 오후 5시40분 광주송정역에서 축하 행사를 개최한다. 정구용 코레일 광주본부장은 광주송정역에서 박 기장에게 사장 표창과 포상금을 전달하고 격려한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무사고 300만Km달성은 지난 37년간 투철한 안전의식으로 업무에 임한 박 기장의 부단한 노력과 코레일의 안전관리 활동이 함께 맺은 결실”이라고 축하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