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구속된 ‘사법농단’ 핵심 임종헌…김백준 될까, 김진모 될까

입력 2018-10-27 11:26
'사법농단 의혹'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6.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한지 131일 만에 처음으로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전날 5시간30분가량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를 진행했다.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이 다툰 범죄 사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6가지 이상이다. 범죄 사실만 해도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등 수십 개에 달한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230쪽이 넘는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지내며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구속되면서 수사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4차례 소환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던 임 전 차장의 진술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병이 구속돼 심적인 압박을 받게 될 경우 윗선의 지시 여부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에 구속된 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거의 자백에 가까운 진술들이 나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심적인 압박도 극심했을 뿐더러 자신의 책임을 측근들에게 돌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감도 태도 변화에 반영됐다고 한다. 임 전 차장도 검찰 수사 초기 법원이 자신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자 심적인 동요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 전 차장이 구속 뒤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수사가 답보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수사가 한창일 때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김 전 총무기획관과 달리 구속 뒤에도 윗선 지시 여부 등을 진술하지 않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5000만원을 받아썼지만 누가 이를 지시했는지 최종 결재권자는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결과 당시 직속 상사였던 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비껴갔다. 김 전 비서관 재판에서도 검찰은 “피고인이 신문 과정에서 당시 불상의 청와대 상급자들의 희망과 요청 등이 있었다고만 했지 (상급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며 “저희가 권 전 수석 조사를 검토 중이었다. 저희 한계일 수도 있지만 피고인이 밝히지 않아서…(조사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