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에서 핵심 피의자가 처음으로 구속됐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사유를 밝혔다.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26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심사는 20분의 휴정을 포함해 5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임 전 차장 측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재판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법리상 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논리로 혐의를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인 기획조정실장, 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사법 농단’ 의혹의 실무를 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관 동향 파악 및 재판 거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의 중간 책임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행정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적용됐다.
여야 국회의원 관련 민·형사 재판에 대해 대응 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관련해 당시 행정처가 재판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한 정황을 확인하고 영장에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상납받아 비자금 조성을 기획하고 범행을 주도한 혐의,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무효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 부산 법조 비리 사건 은폐,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 유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 대필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 국회 국정감사 위증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를 토대로 지난 23일 수십여 개에 달하는 범죄사실을 담은 230여 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등의 지시로 임 전 차장의 범행이 이뤄졌다고 보고 영장에 이들을 ‘공범’으로 기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