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가 여친 시신만 거실에 둔 이유?…경찰 “고문 아냐”

입력 2018-10-26 22:55 수정 2018-10-29 10:22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의 모습. 부산경찰청

일가족 모두가 살해 당한 참혹한 사건이 26일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아파트 안에서 사망했는데 놀랍게도 용의자는 ‘사위’라고 불리던 남성 신모(32)씨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포함해 그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까지 총 네명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자신도 집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24일 오후 4시12분경 CCTV에서 신씨를 포착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아파트 입구를 들어섰다. 입구에서 따로 제지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보면 아파트 출입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말했다. CCTV 판독 결과 신씨가 조씨의 집에 침입했을 당시 집에는 아버지 혼자 있었다. 경찰은 집 밖을 배회하던 신씨가 조씨의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따라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고, 조씨는 8시간 가량 뒤 25일 자정 쯤 집에 들어섰다. 신씨는 이들을 차례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례로 공격했다는 점 외에 특이한 사실은 그가 자신의 전 여자친구였던 조씨의 시신을 제외하고 나머니 3구는 화장실로 옮겨 비닐이나 대야를 사용해 가려뒀다는 것이다. 조씨의 시신은 거실에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살해 방법 역시 특히 잔혹했다. 조씨의 시신에서 목에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또 둔기와 흉기를 모두 사용해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26일 YTN에 출연해 “아마 순서적으로 (살해를)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이런 범행 분류를 엔탈트먼트라고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존심 범죄, 자존감 범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이별범죄가 그렇다.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의 가족에 대한 망상적 원한을 가지고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에 죽이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죽여야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이런 양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씨의 시신에 남은 상처는 고문의 흔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씨는 가장 마지막에 살해됐을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의 주요 목적이었다. 때문에 전 연인을 거실에 별도로 두고 (고문한 뒤) 나중에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아버지를 먼저 살해한 이유는 남성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통 저항력이 가장 큰 사람을 가장 먼저 공격한다. 아버지는 65세지만 남성이다. 나머지는 여성이기 때문에 제압하기 쉽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먼저 제압하기 어려운 남성을 공격한 다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획적 범죄다. (아버지를 따라들어간 이유도) 뒤에서 기습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씨의 부검을 진행한 결과 시신에서 고문의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