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초보운전자 태도 논란 “사과부터 했어야” vs “처음이라 놀라서”

입력 2018-10-27 06:00
보배드림.

‘초보(初步)’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일상에서는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을 주로 말하는데요. 생전 처음이니 숙련자에 비해 서툴고 실수도 많이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주위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최근 교통문화 관련 게시글이 자주 올라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를 낸 초보 운전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게시물이었는데요. 초보 운전자의 반박 글이 이어지면서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피해자는 사고를 낸 운전자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 속상하고 어이없었다고 했고, 가해자인 초보 운전자는 자기 잘못은 맞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에게 피해자가 소리를 질렀다고 했습니다.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에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지 3일 된 A씨는 이날 회사에 출근해 주차를 하려다 실수로 앞에 있던 철망으로 된 벽을 들이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사고인데요. 그러나 A씨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브레이크를 미처 밟지 못했고, 차량은 철망 너머에 있는 가게 문을 충격한 뒤 멈춰섰습니다. 가게 안에 있던 주인 B씨는 ‘쿠당탕’ 소리에 놀라 뛰쳐나왔고, 사고 현장을 보고 망연자실 했다고 합니다.

보배드림.

보험사 사고접수를 통해 마무리 될 듯했던 사건은 온라인으로 이어지면서 확전됐습니다. B씨가 A씨의 운전 미숙과 태도를 언급한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기 때문인데요. B씨는 “어린 아가씨인데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웃고 있더라. 내 입장에선 기가 막혔다”며 “더 기가 막히는 건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시도조차 못 하는 수준”이라고 A씨의 태도와 운전 실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블랙박스 영상을 보자 하니 대꾸도 안 했다. 그 와중에 영상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든 것 같다”고 그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 글을 발견한 A씨. 다음날 ‘나이 먹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까? 운전미숙사고자 맞고 어이가 없어서 올립니다’는 반박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운전미숙 사고 맞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안다”며 운을 뗐지만 사과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가게 문보다 사람 몸과 마음이 더 중요한데 B씨는 사람 상태는 안중에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도 “(B씨가) 기념으로 소장하게 달라고 했다”며 “인터넷에 신나게 글 올리는 정도 일지 몰라도 자기한테는 큰 상처”라고 말하며 B씨에게 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B씨가 다시 반박 글을 올렸습니다. “차량으로 남의 가게를 부쉈으면 가게 안에 다친 사람이 없는지 운전자가 내려서 물어보는 게 정상”이라며 A씨를 적반하장이라고 나무랐습니다. 이 사건은 A와 B씨 간 자동차 사고에서 커뮤니티 모두가 사람 간 태도에 잘잘못을 따지는 사건으로 변했습니다.

이후 A씨가 B씨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B씨는 “차분하게 하고 싶은 얘기했다. 운전자는 반발이나 변명없이 듣고 사과했다”며 “운전자가 나쁜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얼어버려서 그랬다고 짐작한다”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네티즌 대다수는 “적반하장은 (운전자를 보고) 이럴 때 쓰는거다” “사고는 운전자가 냈는데 왜 화를 내냐” “운전하지 않길 추천한다”며 사고를 내놓고 사과보다 반박을 택한 A씨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일부는 “사고를 내고 떨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인터넷에 올리면 놀림감으로 느껴져 저런 반응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며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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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