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금이 바닥일까” 매수타이밍 고민하는 개미들

입력 2018-10-27 05:00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일 대비 36.15포인트(1.75%) 내린 2027.15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장인 김모(35)씨는 26일 묵혀뒀던 주식 증권계좌에 오랜만에 접속했다.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바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김씨는 “금융위기가 온 것도 아닌데 증시가 너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조금씩 분할 매수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부근까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증시의 ‘바닥’ 주식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 1개월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량 유출되는 과정에서 주식 물량을 받아 낸 건 대부분 개인투자자였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조7771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2조4941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기업 실적 대비 지나치게 하락해 저평가 구간에 들어선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주식 가격이 바닥에 근접한 것은 공감하지만, 섣부른 저가매수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공포심리가 시장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지수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2012~2016년의 ‘박스피(코스피가 1800~2200선에서 횡보하는 현상)’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코스피의 추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글로벌 긴축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매력도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경기도 기업 투자 부진 및 내수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투자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의 추세적인 반등이 이어지려면 미국 연준이 긴축을 늦추겠다는 신호를 내거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진정되는 등의 대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현재 코스피의 기업 실적 대비 주가는 지나치게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2050포인트의 밸류(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990포인트에 해당한다”며 “현 가격 수준에서는 언제라도 기술적 반등은 나타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현재 기업들의 이익 수준과 장부가치를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절대적 저평가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내에 지수가 완전히 밑으로 밀고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정도는 분할 매수를 생각해 볼 만한 타이밍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 전반적으로 상승 동력(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지수가 급락을 계속하는 상황이니 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는 것을 확인하고 매수에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조언이 나온다. 교보증권 김형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루 정도 반등한다고 해서 ‘바닥 탈출’이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맨 밑바닥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변동성이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한 이후 시장 진입 타이밍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SK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코스피가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하락 리스크’가 더 부각되기 쉽다”며 “섣부른 저가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증시 반등이 이뤄져 주식을 신규 매수할 경우에는 대형주 중 낙폭이 컸던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금융, 통신주 등 전통적인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배당주는 배당수익률의 메리트가 커진다. 예를 들어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의 주당 배당금이 200원이라면 배당수익률이 2%가 된다. 만약 주가가 5000원으로 반 토막난 상황이라면 배당수익률은 4%가 된다. 주가가 바닥권에 접근했다고 느끼는 신규 투자자라면 배당금을 노린 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주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배당금을 받아도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