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김병준과 전원책의 엇박자, 박근혜 탄핵 딜레마

입력 2018-10-26 17:45 수정 2018-10-26 18:00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최종 책임은 비대위원장이 지는 것이다. 하청 줬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전원책 변호사에게 인적쇄신의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비대위와 결이 다른 메시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전 변호사를 향해 ‘인적쇄신의 최종 책임은 비대위에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변호사는 지난 11일 한국당 인적쇄신을 담당하는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니다. 보수통합의 대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태극기 부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은 전 변호사와 미묘하게 엇갈린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과 태극기 부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보수)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해 공동대응을 하고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모두 다 한 그릇에 들어와라 이것은 아니다”며 “당과의 소통, 협력, 인식의 공유 이런 걸 하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날 비대위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전 변호사가 학자로서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입장) 구분이 잘 안 돼 혼란을 겪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가 계속 엇박자를 내는 것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무너진 헌집을 다시 짓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며 “사태 수습을 마치지 않고 집짓기에 나서니 이견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가 없다보니 태극기 부대 등 보수통합의 대상을 놓고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와 조강특위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 사이 소통도 잘 되고 있다”면서도 “전 변호사가 그간 정치평론가로서 정치권에 대한 얘기를 하니 (조강특위) 권한 밖의 이야기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 말씀은 자제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쇄신의 최종 결정권은 결국 비대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견해차는 있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가 문재인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특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문제 등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의와 깃발이 바로 서면 그 아래서 친박이든 비박이든, 복당파든 잔류파든 모두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느냐”며 “당이 싸워나갈 현실적인 문제들을 앞두고 굳이 옛이야기를 가지고 갈등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야 할 비전만 명확하다면 설령 과거의 문제들을 가지고 논쟁하더라도 대의와 깃발 아래 녹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조강특위 관계자도 “보수통합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전 변호사와 김 위원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 차원에서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 사이에 차이가 있다”며 “태극기 부대라는 말부터 옳지 못하다. 태극기 집회에 가는 사람들 중 일반 시민들이 다수”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27일 당무감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지역구 현지 실태 조사안을 의결하고 본격적으로 인적쇄신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