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오후 4시20분쯤 종료됐다. 심문은 오전 10시30분쯤부터 시작해 오후 1시38분까지 진행됐다가 잠시 휴정한 뒤 오후 2시에 재개됐다. 임 전 차장은 20분 남짓의 휴정 시간을 이용해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이 기록한 5시간30분의 심문 시간은 이례적이다. 검찰 측과 임 전 차장 측이 다투는 범죄 사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6가지 이상인 데다가, 범죄 사실만 해도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등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230쪽이 넘는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지내며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부부장급 검사들을 심사에 투입해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피력했다.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임 전 차장이 실무를 총괄한 만큼 범행 개입 정도가 무겁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점, 차명폰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또한 문제 삼았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구속해야 할 사유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은 180여 쪽의 의견서 제출과 구술 변론 등으로 범죄 성립 자체에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구속 수사의 원칙, 개인 비리가 없는 점,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전 차장보다 긴 시간 동안 심문을 받은 인사들은 별로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임 전 차장과 비슷한 5시간30분 가량 심문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서울남부지법에서 6시간54분 가량 심문을 받았고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6시간30분 동안 심문을 받았다. 역대 최장시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이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측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심리를 거쳐 이르면 이날 밤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12분쯤 법원에 도착한 뒤 곧바로 심사가 진행될 법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심경과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사가 끝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갈 때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