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살해’는 前 남친, ‘강서 주차장 살인’은 前 남편

입력 2018-10-27 05:00

‘부산 일가족 살해사건’ 용의자가 일가족 중 손녀의 전 남자친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별 뒤 앙심에 따른 범행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의 범인도 전 남편이었다. 전 남자친구, 전 남편에 의한 강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성들은 이별 후에도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6일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모(32)씨가 일가족 중 손녀인 조모(33)씨와 교제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연인인 조씨와 조씨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어떤 연유인지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면서도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신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의 범인도 전 남편이었다. 피해자 A씨(47)는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전 남편 김모(49)씨에게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A씨는 20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4년 전에 이혼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 살해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이모(30)씨는 “여성들은 항상 상상된 불안감을 갖고 사는 것 같다”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극단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니 꼭 나의 파트너, 내 상사, 내 이웃에게서 조짐이 안 보이더라도 ‘혹시? 설마? 내가 당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모(29)씨는 “최근 사건들을 보면서 대다수 여성들은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헤어진 뒤에도 협박과 폭행,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안전이별’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안전이별이란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고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을 뜻한다.

실제 옛 연인이나 배우자에게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결별 통보나 재결합 거부로 살해된 여성은 지난해 17명이었다.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66명으로,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연도별로 살해 및 살인미수 건수는 2014년 63명(살해 21, 살인미수 42), 2015년 64명(살해 17, 살인미수 47), 2016년 63명(살해 13명, 살인미수 50명)으로 꾸준히 60명을 상회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