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전 동거녀 가족 귀가 기다렸다 차례로…

입력 2018-10-26 15:59 수정 2018-10-29 14:26
아파트 CCTV에 포착된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신모씨(32)의 모습.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을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의 가방에서 경찰이 14종의 물건이 발견했다. 일가족 중 손녀의 전 남자친구로 확인된 살인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범행 직전 부모의 집 컴퓨터에서 ‘전기충격기 사용법’ ‘방범용 CCTV 위치 확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경찰이 확인했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31분쯤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박모씨(84·여)와 아들 조모씨(65), 조씨의 아내 박모씨(57), 손녀 조모씨(33)씨가 흉기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처가 식구들을 초대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씨 사위가 경찰관과 함께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가 이들 시신을 발견했다.

박모씨와 아들 조씨, 조씨의 아내 박씨 등 3명의 시신은 화장실에서 손녀 조씨는 거실에서 숨져 있었다. 이들에게 흉기와 둔기로 인한 상처가 확인됐다. 조씨에게는 목 졸림 흔적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신모씨(32)는 작은방 침대에서 가스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가족 살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신씨가 살해된 손녀 조씨와 동거했다가 최근 헤어진 사이라는 신씨 가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씨와 조씨는 지난해 10월 사하구 신씨 부모의 집에서 약 1개월 동안 함께 살다가 같은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경남 양산시에서 전셋방을 구해 동거생활을 이어가다가 헤어졌다. 신씨 가족은 경찰에서 “아들이 조씨와 헤어진 이후 힘들어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조씨 아파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이 아파트 CCTV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3시41분쯤 조씨가 귀가한 이후 30분 뒤인 오후 4시12분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신씨가 범행도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가방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52분 어머니에 이어 오후 6시43분 며느리가 차례대로 귀가했다. 이후 다음날 오전 0시7분 조씨의 딸이 마지막으로 아파트에 들어왔다.

아파트 CCTV에 포착된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신모씨(32)의 모습. 질소 가스통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신씨가 일가족을 귀가한 순서대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혈흔이 묻은 둔기와 흉기, 전기충격기 등 14종의 물건이 나왔고, 아파트 인근에는 신씨의 차량도 발견됐다.

신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의 차량에 보관하던 질소 가스통을 들고 와 작은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신씨가 25일 오전 9시50분쯤 질소 가스통을 들고, 등에는 가방을 멘 채 다시 계단을 통해 아파트로 들어간 것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까지 조씨 가족과 신씨 이외 조씨 아파트에 출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가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포착됐다. 신씨 부모의 집 컴퓨터에서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사하구 방범용 CCTV 위치 확인 등을 검색한 내역을 경찰이 확인했다. 신씨가 조씨 아파트에 메고 들어간 가방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충격기 등 모두 5종의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 아파트 CCTV영상과 함께 현장에서 확보한 일가족과 신씨 등의 휴대전화 4대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