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에게 26일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1심에서 선고된 벌금 200만원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미국 영주권자인 장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미국과 프랑스 4개 매체에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광고에는 ‘박근혜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거나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장씨는 2016년 4월 주미 보스턴 총영사관 인근에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혐의도 받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외선거에 관한 특례는 위성방송시설·인터넷·전화 등을 활용하거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만 인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장씨를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2016년 3월 검찰에 고발했다. 장씨는 ‘정치탄압’이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은 소환조사 없이 장씨를 재판에 넘겼다. 1·2심 재판 모두 장씨 없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선거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중단 요구에도 선거운동을 지속했다”고 지적하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공직선거법이 허용하지 않는 신문광고 등을 게재했다”며 “재외선거권자의 합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수차례 중단 요청에도 광고를 계속 싣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 사회적 여건을 벌금 감경의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미국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그런 (미국 내) 자유권 보장이 장씨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