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초토화한 ‘괴물 옥토끼’ 다음은 필리핀이다

입력 2018-10-26 11:08

제26호 태풍 위투는 이제 필리핀을 바라보고 있다. 사이판을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중심기압이 상승하고 풍속이 느려졌지만 여전히 강한 힘을 갖고 서진을 계속하고 있다.

기상청은 26일 “위투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괌 북서쪽 약 610㎞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투의 중심기압은 935헥토파스칼(hPa), 최대 풍속은 49m/s다. 하루 전만 해도 중심부에서 905hPa의 기압이 관측됐고 초속 58m의 바람을 일으켰다. 위력이 다소 꺾인 셈이다.

지금의 힘도 만만치 않다. 중심기압 930hPa로 측정되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평가된다. 대서양의 열대저기압인 허리케인으로 보면, 위투는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5’에 해당한다. 위투는 중국에서 태풍위원회로 제출된 이름. 옥토끼를 뜻한다. 귀여운 이름과 다르게 괴물처럼 북마리아나제도를 휩쓸었다. 특히 사이판의 피해가 컸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사이판에서 위투로 인해 최소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44세 여성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우리 교민과 여행객의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교민과 여행객, 현지인들은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항공편이 결항돼 불편을 겪고 있다.

사이판 가라판의 한 건물이 25일 제26호 태풍 위투의 강풍에 무너져 내렸다. AP뉴시스

위투의 이동경로는 서진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재 필리핀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는 31일 오전 9시 필리핀 마닐라 북쪽 약 480㎞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상할 가능성은 희박하게 예상된다.

위투의 중심기압은 필리핀에 상륙할 때쯤 955hPa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풍속 40m/s를 기록해 사이판만큼의 강풍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다만 이 풍속도 위협적이다. 바람이 초속 35m로만 불어도 사람을 넘어뜨리고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