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세의 전 MBC 기자와 웹툰 작가 윤서인씨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26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언론인과 웹툰 작가로서 언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처한 피해자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씨와 윤씨는 2016년 10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쓰러져 고(故) 백남기씨가 위중한 상황인데도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하고 휴양지로 휴가를 갔다는 취지의 글과 그림을 온라인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 여행지인 발리로 놀러 갔다’ 등의 글을 올렸다.
윤씨는 이러한 내용을 웹툰으로 그려 자유경제원에 게재했다. 딸 백민주화씨가 비키니를 입고 휴양지에서 ‘아버지를 살려내라, X 같은 나라’ 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모습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는 휴양 목적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아이를 발리에 있는 시댁에 보여주기 위해 간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고 백남기 변호인단은 이들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최 판사는 “백씨는 피해자의 딸로서 직사살수 등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에 대해 공적 논쟁을 벌이고 있던 인물”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생활을 언급해 해당 인물을 비난하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하고 공적 논쟁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상에 게재된 글과 그림의 형식은 공권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망인을 애통해하는 피해자의 인격을 허물어뜨리기에 충분하다”며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씨는 항소할 의지를 밝히며 “당시 페이스북에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썼는데 (백민주화씨는) 본인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은 남들이 모르는 부분을 새롭게 밝힌 게 아니라 어떤 일에 대한 제 느낌을 쓴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봐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