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전처 살해범 구속… “그 사람은 지능범” 유족의 호소

입력 2018-10-26 05:40 수정 2018-10-26 05:40
강서 주차장 전 부인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가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49)씨가 25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6시쯤 김씨에 대한 살인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새벽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전 부인 이모(47)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 CCTV 분석 등을 통해 유력 용의자로 김씨를 지목한 뒤, 22일 오후 9시40분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김씨는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상태였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주취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김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때문에 이씨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사건은 김씨의 세 딸 중 한 명이 어머니에게 폭행·살해 협박을 일삼아 온 아버지를 사형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딸은 청원에서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자가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엄마는 끔찍한 가정폭력 때문에 아빠와 살 수 없었다. 이혼 후 4년간 살해 협박을 받아 힘들었다”면서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엄마가 숙소를 다섯 번이나 옮겼지만 아빠는 온갖 방법으로 찾아냈다”고도 했다.

이는 유가족이 자필로 적어 경찰에 제출한 A4 10장 분량의 탄원서에도 드러나 있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탄원서에는 “그 사람은 지능범이다.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해 (범행 전) 정신과 치료를 일부러 받았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심신미약 감형으로)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였다”고 적혀있다.

“피해자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을 정도의 구타를 당했다. 피의자가 ‘네 자식까지 모조리 죽인다’고 협박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씨의 계획적인 범죄에 무게가 실리는 증언들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치밀한 계획범죄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시 가발을 쓰고 이씨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이씨가 나를 알아볼까 봐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이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차량 뒤쪽 범퍼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도 부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