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때문에” VS “계획범죄” 예비신부 살해 男, 유족과 진실 공방

입력 2018-10-26 05:10
심씨와 이씨. 채널A 캡처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과 유족이 범행 동기를 두고 맞서고 있다. 가해자는 “신혼집 문제로 싸우다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계획된 범죄”라고 반박했다.

강원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심모(27)씨는 24일 오후 11시28분쯤 강원도 춘천 후평동에 있는 자택에서 여자친구 이모(23)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이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심씨 가족이었다. 이들은 심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심씨 자택을 찾았다가 시신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심씨는 지인 집에 숨어있다가 긴급체포됐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혼집 장만 등 혼수 문제로 이씨와 다툼을 벌였고,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 가족들은 심씨의 진술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씨가 신혼집 마련 문제로 불만을 품은 적이 없으며, 심씨가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씨 모친인 A씨는 “신혼집 문제가 아니다. 예단 문제는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그런 말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심씨가) 빠져나가기 위한 수”라고 25일 채널A에 밝혔다.



이어 “(딸을) 불러내기 위해 근무시간에, 신입사원인데 20통을 넘게 전화를 했다”면서 평소 심씨의 집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또 심씨가 이씨의 퇴사까지 종용했다며 “(딸이) ‘엄마 나도 서울 나와서 살고 싶지. 그런데 오빠가 안 들어줘’라고 하길래 내일 다시 한번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심씨가 사건 당일 갑자기 화해를 하자며 이씨를 집으로 부른 점을 지적했다. 범행 계획을 세운 뒤 이씨를 의도적으로 불러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A씨는 “(오후) 8시13분에 ‘엄마 아빠 지금 저녁 먹으러 가고 있어’라고 했던 애가 왜 옥탑방까지 끌려 올라가서 거기서 살해를 당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그렇게 속물적으로 죽은 애가 아니다. 그것을 (보도에서) 빼달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