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5판 3선승제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치르는 27일, 일본프로야구(NPB)는 7판 4선승제 일본시리즈(JS)를 시작한다.
센트럴리그(CL)의 폭군 히로시마 도요 카프는 리그 2위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누르고 클라이맥스시리즈(CS)까지 올라온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3차전 만에 시리즈 스코어 4대 0으로 가볍게 누르고 JS에 진출했다. 일본은 상위 팀에 1승을 주고 시작해 3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다. 퍼시픽리그(PL) 2위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21일 PL 1위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4승 2패로 업셋에 성공하고 JS 진출권을 따냈다.
최근 수년간 각 리그의 강팀으로 군림한 소프트뱅크와 히로시마지만 두 팀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재벌구단’과 ‘시민구단’으로 기본적인 태생부터가 다르다. 한때 파격적인 대우로 이대호를 영입했던 소프트뱅크는 모기업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고의 선수단을 구성한 뒤 NPB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떠올랐다. 88년생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NPB 최고의 선수 야나기타 유키를 중심으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번이나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둔 2010년대 최고의 팀이다.
반면 히로시마는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기 위해 창단된 팀으로 시민 구단의 성격이 강하다. 한때 MLB에서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구로다 히로키의 소속 구단으로도 잘 알려졌던 히로시마는 암흑기를 지나 용병 육성소까지 설치하는 등 효율적인 육성을 통해 최근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우승 코앞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니혼햄 파이터스에 우승을 넘겨준 히로시마는 올 시즌에야말로 34년만의 정상 등극을 노린다.
두 팀 모두 성적과 인기를 두루 갖춘 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수년간 NPB를 지배하며 자연스럽게 연고지인 후쿠오카 시민들을 홈인 야후오크돔으로 끌어모았다. 히로시마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결실을 맺으며 ‘카프온나(카프녀)’라고 불리는 많은 여성 팬들로 홈구장인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는 인기팀이다. 약체였을 시기부터 FA를 앞두고 있던 에이스 구로다를 응원만으로 잔류시켰을 만큼 팬들의 열정 자체도 대단하다.
전력은 두 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마이크 트라웃’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닌 중견수 야나기타 유키뿐만 아니라 장타력을 갖춘 3루수 마츠다 노부히로, 우익수 우에바야시 세이지, 외국인 슬러거 데스파이네 등 강력한 타선을 자랑한다. NPB 최고의 교타자 중 하나였던 우치카와 세이이치가 지난해 부상 이후 노쇠화 기미가 역력하지만 그의 관록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에이스 센가 코다이나 릭 반덴헐크 등 선발진이 예년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점이 불안 요소다. 지난해까지 NPB에서 가장 압도적인 마무리로 군림하던 ‘NPB의 끝판왕’ 데니스 사파테는 올 시즌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베테랑 중간계투 모리 유이토가 마무리를 맡으며 37세이브를 올렸지만 사파테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이부 라이온즈에 밀려 PL 2위를 기록한 것은 투수진의 부진 탓이 컸다.
한편 히로시마는 ‘PL보다 약하다’는 말을 듣는 CL에서 유일하게 퍼시픽리그에 대항할 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CL의 최강팀이다. 히로시마 또한 3할에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외야수 듀오 마루 요시히로와 스즈키 세이야로 대표되는 강한 타선이 무기다. 용병 육성소 카프 아카데미에서 결실을 맺은 괴력의 육성형 용병 하비에르 바티스타, 포수 아이자와 츠바사 등도 무시할 수 없다. 투수진에서는 오세라 다이치, 크리스 존슨의 원투펀치를 앞세운다. 다만 내야의 중심인 골든글러버 2루수 키쿠치 료세이가 최근 2년간 수비 능력의 하락이 눈에 띈다는 점이 아쉽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