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태풍 위투가 필리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북태평양을 서진하는 횡단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의 이동 경로만 유지하면 한반도는 안전하다.
기상청은 25일 “위투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괌 북서쪽 약 2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1㎞로 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투는 괌 북쪽 해상을 지나갔다. 이제 필리핀 동쪽 해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위투의 현재 위치는 북위 15.8도. 북위 10도대를 벗어나지 않고 사실상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돌연 방향을 틀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할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위투가 오는 30일 오전 9시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650㎞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투는 중국에서 1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태풍위원회로 제출된 이름. 옥토끼를 뜻한다. 귀여운 이름과 다르게 괴물처럼 힘을 키우고 있다. 현재 중심기압은 905헥토파스칼(hPa)까지 내려갔다. 중심부에서 930hPa 이하의 기압이 관측되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평가된다.
반경 430㎞에 최대 초속 58m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상청은 위투의 강도를 ‘매우 강’으로 분석했다. 위투는 오는 26일 오전 9시에 중심기압을 900hPa로 내리고 바람을 초속 59m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심부에서 800hPa대 진입 목전으로 낮게 관측된 기압은 유독 사나운 올가을 태풍 중에서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기록이다. 위투는 올가을 최강의 ‘슈퍼 태풍’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다만 중심기압은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더 내려가지 않고 930hPa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고기압은 위투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24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그린 일기도에서 고기압은 한반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 열도, 중국 동부와 남부, 대만이 이 고기압의 등압선 안에 들었다.
위투가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이 등압선을 뚫어야 한다. 올여름 한반도 주변을 점령해 대부분의 태풍을 튕겨내고 뜨거운 공기를 유입했던 고기압이 공교롭게 가을의 슈퍼 태풍을 방어한 보호막이 된 셈이다. 다만 고기압의 위치 역시 유동적이다. 기상청은 “태풍의 위치가 닷새 뒤까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