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못 바꾼다” 이국종 교수, 국감서 탄식한 이유

입력 2018-10-25 05:00 수정 2018-10-26 05:00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교수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닥터헬기, 소음 민원에 환자 근처에 착륙도 못 해… 대통령이 나서도 중간관리자 때문에 안 바뀐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운영에 있어 헬기 소음 등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관장·장관이 지원을 약속하지만, 중간선에서 다 막힌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닥터헬기 운용의 문제점을 듣기 위해 이 교수에게 출석을 요청했다.

‘닥터헬기 관련 현장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김 의원 질의에 이 교수는 “고속도로든 공터든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서든 닥터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응급헬기가 인계점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영국은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주택가 한복판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계점은 환자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이·착륙을 허가받은 특정 장소를 말한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 닥터헬기로 중증환자를 이송하는 동영상을 소개하며 “헬기가 민원을 신경 쓰지 않고 주택가 한복판에 바로 착륙하며 무전도 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현장에서 무전도 안 돼 메신저(카카오톡)를 쓴다. 헬기 안에 있는 소방대원과는 소리를 지르며 간신히 대화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LTE가 터지는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만 카카오톡으로 경찰 등과 대화하는 상황이다”며 “정부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지 8년 정도 됐다. 장관이나 기관장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중간선에서 다 막힌다”고 했다.

‘닥터헬기 착륙을 막는 중간 관리자가 누구냐’는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누군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헬리콥터를 이용해 중증환자를 보는 프로젝트로 전임 전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니 중간 관리자들이 윗사람 핑계를 댔다”며 “그래서 직급이 높은 윗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라. 윗사람은 말한 적도 없는데, 윗사람 핑계를 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의원들을 향해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국민 생명이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진정한 선진사회”라며 “선진국 모델들을 한국사회에 그대로 들여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국회의 관련 입법 노력을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