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아시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8-10-24 16:4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울리 슈틸리케. 뉴시스

울리 슈틸리케의 아시아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톈진 테다(승점 28점)와 강등권인 허난(승점 25점)의 격차는 단 3점이다. 한 발자국 뒤는 곧바로 낭떠러지다.

최악의 상황이다. 톈진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8월 열린 톈진 콴전과의 리그 18라운드 경기. 이후 9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여론도 돌아서고 있다. 이번 시즌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중위권 성적을 이어나간데 대한 공로를 높게 평가 받았으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강등이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지난 6일 텐진의 구단 수뇌부들은 창춘 야타이와의 슈퍼리그 3대 3 무승부 직후 라커룸을 찾았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선수들을 격려했을 뿐 아니라 남은 경기 승리 보너스를 상향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하지만 강등이 막상 현실로 다가온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톈진 무승의 주된 이유로 꼽히는 것은 수비 불안이다. 최근 9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2골씩을 기록했으나 단 한 번의 승리도 없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도 중앙 수비수 조합을 바꾸는 등 변화를 고민하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진 효과가 미미하다. 그의 지도력에 대해 의문부호가 서서히 생겨나는 이유기도 하다.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겪었던 문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무의미한 볼 점유율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의 데자뷔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잡았으나 졸전을 거듭하다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 도중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됐다. 약 2년 9개월 동안 대표팀 사령탑 직에 머물며 역대 대표팀 사상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이후 “한국은 2002년의 향수에 빠져 있다”면서 “내가 한국을 맡을 때 선수들은 자신들의 능력의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이 32강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패한 직후 독일에 완패를 당할 것이라며 약을 올리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 커리어의 험로는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서도 끝나지 않고 있다. 그는 수차례 톈진에서 다음 시즌을 예고하며 의욕을 나타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잔류가 먼저일 것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