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현금인출기 된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 ‘날개 없는 추락’

입력 2018-10-24 16:21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 떨어진 2097.58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금인출기(ATM)가 된 형국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내수 및 기업 투자 등이 신통치 않아 뚜렷한 모멘텀(상승동력)도 없는 상황이다. 전날 동반 하락했던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는데도 한국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24일 0.4% 내린 2097.58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약 1년 7개월만이다. 코스닥지수는 2.74% 떨어진 699.30으로 마감했다. 반면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24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74% 떨어진 699.30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5거래일째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1조20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1개월간 빼간 돈은 3조2000억여원을 넘는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거래일간 45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코스피는 2.57% 급락했었다. 24일에는 2100선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끝내 지지선을 지키지 못했다.

한국 증시의 급락에는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 증시가 다른 신흥국 증시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인출기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통화가치 급락 우려가 적어 증시에서 돈을 빼는데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한국 증시에 별다른 모멘텀(상승동력)이 없다는 점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달러 강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자금 유출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의 대형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1.16%, SK하이닉스는 3.47% 하락했다. SK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두 종목이 유의미한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전체도 계속해서 반등 없이 횡보 혹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