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북·미 정상회담 열려도 연내 종전선언 가능”

입력 2018-10-24 09:27



북·미 관계에 정통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에 열리더라도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연내에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이라며 “연내 종전선언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과 관련해 “북·미가 내년 1월로 예상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비핵화 진척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이 과정에서 남북 정상이 서울에서 만날 여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북·미 간 물밑조율로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멕시코 방문 도중 제시한 ‘북·미 고위급 회담’의 북한 측 대표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도 확인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김 부부장이 최근 많은 중요 회의에 참석하고, 북한 체제 특수성으로 (김씨) 일가가 일을 맡는 예가 있어 역할을 맡을 수는 있겠지만 당장 준비해서 (북한)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북·미가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아직 날짜와 장소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에서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비핵화 실무협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과 ‘최선희·비건’ 실무협상은 양자택일이나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북·미 대화에 확답을 주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비핵화 결단 속에 거대한 게임이 진행될 때는 북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이어 “협상의 목표는 핵무기·핵시설의 전부 폐기이며 이는 북한이 추진해 온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어딘가에 농축시설을 넣어뒀다고 믿지만 대부분은 영변에 모여 있다”며 “영변 핵시설을 정리하면 북한 핵능력의 대부분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 개최하는 것과 관련한 한·미 협의에 대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지난 21일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비건 특별대표를 비롯한 한반도 실무인사들과 만나,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이날 귀국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