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가 23일 공식석상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전임감독제와 대회별 감독제의 차이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답변을 통해서다.
정 총재는 첫 번째로 “일본과 달리 국제대회가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전임감독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상비군이 없는 상황에서 전임감독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난 9월 사과 이유를 설명한 대목에서도 정 총재의 의중을 느낄 수 있다. 정 총재는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 비판을 내가 선동열 감독에게 알렸다면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선 감독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경제학의 유치산업 보호론까지 설명하며 “개인적으론 적어도 몇 명의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은 뽑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또 “선 감독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반성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종합해보면 선 감독의 선수 선발 과정을 사실상 방치한 정 총재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순 없다. 제대로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KBO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 총재가 선 감독의 ‘불통’ 부분을 지적한 대목은 나름 의미가 있다.
선수 선발이 감독 고유의 권한임은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찬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드러났듯 국민정서와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아무도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이를 알려주지 못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게 맞다. 기술위원회 구성 등 소통 공간을 늘려야 함은 당연하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전임 감독제에 대한 득실을 냉정히 따져볼 때가 됐다.
선 감독도 일방적인 선발 보다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 구조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직 승리만을 위한 선수 선발은 지양돼야 함을 국민들은 말하고 있다. 프로아 아마간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선 감독이 스스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