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나열된 판결문이 성폭행 가해자에게 보내져 보복살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피해자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요건인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범죄 피해자의 집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달라’는 청원은 23일 기준 20만명 이상 참여를 이끌어냈다.
자신을 24세 여성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2015년 성폭행 피해를 당해 민사소송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는데 판결문에 휴대전화 번호와 집주소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까지 가해자에게 보내졌다”면서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인적사항 보호가 돼서 민사소송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저의 안일한 착각이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무서운 마음에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고 개명도 했지만 이사 갈 형편이 못된다”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2019년 8월 4일 출소하는데 답답하다”고 썼다.
글쓴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도 자신의 사연을 올려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9년 8월 5일 보복살해 당할 예정”이라며 “언제 죽을지 몰라 유서도 미리 썼다. 명백한 피해를 받았는데 그에 대한 피해보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내가 왜 이런 두려움에 떨어야 하느냐”고 했다.
현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사소송 서류를 보내거나 소송기록 열람·복사 시 성폭행 피해자의 인적사항 노출을 막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글 작성자는 또 “박 의원의 개정안에는 민사집행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보호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민사소송법뿐 아니라 민사집행법도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인적사항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