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폐암 치료,‘불안한기다림’ 아닌‘완치’에 한 발 다가서야

입력 2018-10-23 16:35

두 달 동안 계속되는 기침과 가슴 통증으로 병원 찾았던 60대 정모씨. 그리고 검사 결과는 비소세포폐암 제3병기. 비흡연자였던 정씨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수술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완치 기회가 있다는 의료진 설명에 희망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방사선치료와 항암화학요법 병행치료를 이겨낼 수 있었다.

치료를 무사히 마친 후 완치 희망도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암이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정씨는 털어놨다.

지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세. 이 기대수명을 넘어 산다면, 암에 걸릴 확률은 35.3%.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암 환자 라 할 정도로 암이 흔해진 세상이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미 5년 생존율 90%에 달하는 암도 있다. 하지만, 폐암은 여전히 5년 생존율이 낮고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1위 를 놓지 않고 있다.

폐암도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 치료성적도 다른 암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기침,가래 등 감기로 착각할 정도로 일상적인 증상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증상조차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폐암의 조기발견은 쉽지 않다.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4기인 경우가 많다. 이는 그동안 폐암 치료 연구가 이 병기(4기)에 집중되는 이유로 작용했다.

반면, 수술을 할 수도 최신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를 사용할 수도 없는 3기폐암 환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완치 가능하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방사선치료와 항암화학요법 병행치료를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힘들게 받는 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치료의 전부일 뿐이다.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도 완치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암 재발 또는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할 때마다 환자와 가족들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고,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일쑤이다.

의료진도 이런 3기 폐암 환자를 지켜볼 때마다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힘들고 어려운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견딘 환자에게, 완치 희망을 바라는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만을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난 수 십년 동안 3기 폐암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시 항암화학 방사선요법이 최선이라는 사실과 그래도 10~20% 정도의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위안 아닌 위안을 얻은 게 전부다. 물론 이 정도를 위안이라고 생각하는 의료진은 없다. 여전히 많은 연구진들이 3기 폐암의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3기 폐암 환자에게 적용된, 새로운 치료 전략들이 이전보다 더 향상된 치료성과로 연결되는 연구성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역관문억제제’가 포함된 치료전략이다. 더 나은 치료성과를 얻고 싶은 의료진에게는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고, 빨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의료진으로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아쉽지만 새로운 치료전략이 표준치료로서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비용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여서다. 이를 위해 좀더 많은 시간과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다보니, 더 나은 치료성적을 기대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마냥 무턱대고 치료에 도전해보자고도, 조금반 더 기다려 보자고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임상효과와 비용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법이 있다면 치료법의 허용 범위,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 우리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범위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부분부터 사회적 합의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