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향후 5년 간 5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한 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롯데 갑질 피해자’들을 만나 해당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롯데 갑질 피해자’ 간담회에서 “롯데그룹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기업과 충실히 협의해 기업 스스로 상생 협력의 거래 구조와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사회의 ‘을'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자신의 노력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롯데 갑질 피해자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경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가 주최했다.
정의당은 지난 5월 17일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한 이후 롯데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을'들의 피해신고를 받아왔다.
정의당에 따르면 그 동안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몰,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편의점) 등 다양한 롯데 계열사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일부는 정의당의 중재 노력으로 합의가 이뤄지거나 문제가 해결됐지만 일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쟁이 장기화되는 사례도 많았다.
롯데피해자연합회 김영미 회장은 “연합회 회원사의 피해금액만 해도 490억원에 이르고 정상기업일 때를 기준하면 매출액도 대략 2000억원 이상으로 웬만한 중견기업과 비슷한 규모”라며 “500여명의 직원과 가족까지 약 5000여명이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롯데그룹의 중소·영세 협력사들도 간담회 현장에서 롯데와 거래하던 과정에서 당한 불공정거래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로부터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공사를 수주해 하도급 계약을 맺고 2010년 2월까지 롯데건설의 하도급업체로 공사에 참여해 공사 도중 설계 변경 등으로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사가 완료된 뒤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아하엠텍 협력업체에 접근해 1차 협력 업체로 등록하고 공사 물량도 주겠다며 회유해 허위 사실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는게 아하엠텍 측 설명이다.
2007년부터 롯데슈퍼에 과일을 납품한 성선청과도 피해를 호소했다. 성선청과는 2013년까지 매장에서 판매된 금액 중 롯데슈퍼의 판매 수수료 1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받는 이른바 ‘수수료 매장’을 운영했다. 이후 보성청과로 상호를 바꿔 2014년부터 2년간 롯데슈퍼와 거래했다.
운영 기간 동안 롯데슈퍼는 원가보다 싼 납품단가를 요구했고 매출이 낮은 특정 매장에 입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열심히 검토하고 조사하고 있지만 모든 사건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별 사건을 충실히 조사해 우리 사회의 거래구조나 관행을 공정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19일 만인 이날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7만 명의 추가 고용 이행을 약속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