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신미약?… “딸 살해한 남친, 조현병을 주장합니다” 父의 청원

입력 2018-10-23 12:58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딸이 사귀던 남자친구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했다고 호소한 아빠가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해자가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8일 ‘심신미약 피의자에 의해 죽게 된 우리 딸 억울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억울하게 죽게 된 딸의 아빠”라고 소개한 청원자 A씨는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나마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A씨는 “꽃다운 우리 딸은 올해 21세로, 생일날 남자친구에 의해 사망했다”며 “그런데 그 가해자는 조현병이란 병명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은 딸은 말이 없겠지만 억울한 우리는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을 원한다”면서 “(가해자는)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정도인데 사건이 발생하니 조현병이란 병으로 사건을 축소하는 것 때문에 유가족은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아직 사건이 진행되고 있어서 결론은 모르지만 정신병이니, 심신미약이니 하는 거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생각은 우리 딸이나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라는 건 (가해자가) 정당하게 처벌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 죽은 우리 딸이 편히 눈을 감지 않겠느냐”고 했다.

A씨는 “이제 만 20세, 꽃을 피울 나이에 꽃도 피지 못하고 꽃봉오리로 삶을 마감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정신병이나 심신미약 때문에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금천경찰서는 23일 A씨 딸 B씨가 지난 12일 자취방에서 교제하던 남자친구 C씨에 의해 숨졌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던 중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고, C씨가 홧김에 B씨 목을 졸랐다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뒤 C씨는 “여자친구가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가족에게 전화했고, C씨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C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C씨도 ‘조현병 때문에 입대 3개월 만에 의가사 제대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조기 제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병무청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아직 수사 중”이라며 “C씨 본인이 적극적으로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C씨는 현재 충남 공주에 위치한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4일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그 직후 감정유치 영장까지 받았다. 감정유치는 피의자를 전문 의료시설에 머물게 하면서 전문가가 정신감정을 하는 일종의 강제처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C씨에 대한 감정유치 영장 만료기간이 다음 달 15일”이라며 “기간을 모두 채우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가 올린 청원은 23일 오전 10시40분 기준 10만7449명의 동의를 얻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 측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대학병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우울증약 복용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