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벗기 쉽지 않아” 한국기원, ‘바둑계 미투’ 코세기 디아나에 2차 가해성 질문

입력 2018-10-23 10:48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들과 시민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기원이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 대한 김성룡 전 9단의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기원 소속 헝가리 최초의 프로바둑기사 코세기 디아나가 지난 4월 16일 “2009년 6월 5일 김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기사회 내부 게시판에 올리며 ‘바둑계 미투’가 불거졌다.

김 전 9단 집에 초대받아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기억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김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한국기원은 글이 올라온 다음날(17일) 사실 관계 파악과 2차 가해 최소화를 위해 ‘미투 운동’ 대응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성룡 전 9단. 뉴시스

하지만 경향신문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윤리위가 지난 6월 작성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에는 2차 가해성 질문이 다수 포함됐다.

윤리위는 조사과정에서 “(김 전 9단이)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는데 사실이냐” “왜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갔느냐”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 쉽지 않은 옷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했다.

디아나 기사는 “친구들이 김 전 9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 같아 (바닷가에) 같이 있었다” “당시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된다”며 ‘(김 전 9단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시도’로 결론 내렸다.

한편 디아나 기사는 보고서가 김 전 9단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가해자의 사과와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했고 한국기원 측은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