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 대한 김성룡 전 9단의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기원 소속 헝가리 최초의 프로바둑기사 코세기 디아나가 지난 4월 16일 “2009년 6월 5일 김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기사회 내부 게시판에 올리며 ‘바둑계 미투’가 불거졌다.
김 전 9단 집에 초대받아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기억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김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한국기원은 글이 올라온 다음날(17일) 사실 관계 파악과 2차 가해 최소화를 위해 ‘미투 운동’ 대응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윤리위가 지난 6월 작성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에는 2차 가해성 질문이 다수 포함됐다.
윤리위는 조사과정에서 “(김 전 9단이)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는데 사실이냐” “왜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갔느냐”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 쉽지 않은 옷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했다.
디아나 기사는 “친구들이 김 전 9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 같아 (바닷가에) 같이 있었다” “당시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된다”며 ‘(김 전 9단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시도’로 결론 내렸다.
한편 디아나 기사는 보고서가 김 전 9단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가해자의 사과와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했고 한국기원 측은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