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2일 “한국사회가 동맥경화에 빠진 것 같다”라며 개선되지 않은 외상센터 실상과 함께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여전한 인력난, 출동 관련 민원에 시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먼저 개선되지 않은 외상센터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외국 의료진들이 외상센터를 방문하면 영미권과 일본에 비해 3분의 1도 안되는 인력을 보고 굉장히 놀란다”며 “아예 (중증외상 담당 의료진이) 없는 센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닥터헬기 ‘소음’ 관련 민원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닥터헬기는 기본적인 의료 장비를 구비하고 전문 의료진이 동승할 수 있어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이 교수는 “얼마 전 서산 앞바다까지 날아가는 장거리 출동을 한 적이 있는데 항공대원이 ‘병원 앞 아파트에서 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며 소방상황실에서 온 메시지를 보여주며 난감해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민원인들이 기장들 전화번호까지 확보해 직접 전화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욕설까지 한다. 이건 (응급구조를) 하지 말라는 소리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민원 때문에 헬기장이 폐쇄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이 교수는 구조 활동을 위해 목포로 출동했다. 장거리 출동으로 헬기 기름이 떨어져 해경 측에 급유를 요구했지만 해경의 협조를 받을 수는 없었다. 구조팀은 전남 내륙 지역에 위치한 산림청까지 가서 급유를 받아야 했다.
이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 사회가 동맥경화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다 병목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설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동맥경화가 워낙 심해서 나 같은 사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확대해야 되는 이유도 밝혔다. 이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다시 직장에 복직하고 취업 준비하던 사람들이 새 직장을 얻었다고 연락 올 때 기분이 제일 좋다”며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게 중증 외상 환자들을 살려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게 (치료비보다) 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더라”라고 말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