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씬의 패권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대진이 21일 결정됐다. 인빅터스 게이밍(iG, 중국), G2(유럽), 클라우드 나인(C9, 북미), 프나틱(유럽)이 주인공이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2팀, 북미 1팀, 중국 1팀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유럽·북미 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의 강세를 예측하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파워랭킹 상위권을 한국, 중국 팀들이 점령했고, 플래시 울브즈 등 대만 팀이 강력한 복병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판도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그룹 스테이지(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젠지 e스포츠가 1승 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고 플래시 울브즈 역시 조별리그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일찍이 짐을 쌌다.
우승후보 1, 2순위로 꼽힌 kt 롤스터와 로열 네버 기브 업(RNG, 중국)은 나란히 8강에서 떨어졌다. 아프리카 프릭스 마저 8강에서 고배를 마시며 한국은 롤드컵 출전 이후 처음으로 4강에 한 팀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은 그나마 iG가 4강에 안착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지금까지 8강 문턱을 넘은 적 없는 C9이 준결승 진출의 성과를 냈다. G2는 플레이 인 스테이지부터 어려운 행보를 이어왔지만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RNG를 제압하며 돌풍의 주역이 됐다. 프나틱 역시 중국의 강호 에드워드 게이밍(EDG)를 꺾으며 3년 만에 4강에 합류했다.
단순 메타의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이다. LoL 프로씬 전체로 보면 이 같은 지역별 치열한 경쟁구도는 긍정적이다.
준결승에 오른 3지역은 왕좌에 앉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중국, 북미는 아직 롤드컵 우승 커리어가 없다. 유럽만이 시즌1 우승 경험이 있지만 당시 대회는 소수 국가만 참가한 터라 지금껏 인정받지 못했다. 사실상 세 지역 모두 처음으로 가장 높은 권좌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