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입보다 육성 방점 찍을 때…성적 조급증 버려야

입력 2018-10-22 09:44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144게임을 치러 68승 2무 74패를 기록하며 7위로 마감했다. 1992년 이후 26년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이 됐다. 그러면서 조원우 감독이 재계약 1년 만에 경질되고, 양상문 전 LG 트윈스 단장이 13년만에 롯데 감독으로 복귀했다.

내년 시즌을 위해 롯데 안팎에선 투수와 포수 보강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많다. 외부 영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펠릭스 듀브론트와 박세웅으로 대변되는 선발진의 부진이 올 시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은 맞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포수 공백이 컸던 것도 전력 약화의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또다시 외부 영입으로 채울 것인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문제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에서 민병헌을 4년 80억원에 데려왔다. 443타수 141안타 타율 0.318을 기록했다. 괜찮아 보이는 성적이지만 롯데에 완전히 녹아들진 못했다. 채태인과 이병규, 오현택 등 저비용으로 데려온 선수들이 오히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포수 부문에서도 안중열이라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아냈다. 나종덕 나원탁 등도 있다. 다른 팀에 비해 실력이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 동안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한다면 올 시즌 초반의 극심한 혼란은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토대는 마련돼 있다. 한마디로 엄청난 몸값을 주고 외부에서 FA대형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롯데의 방향성을 정하는 게 우선이다. 롯데는 보도자료에서 양 감독 영입 이유 중 하나를 중장기적인 전력 강화를 들었다. 롯데 팬들이 우승에 목말라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또다시 성적 조급증에 빠져 무분별한 영입에 나선다면 큰 그림에 따른 운영이 아니라 선수 구성에 맞춘 운영이 될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기에 큰 그림을 먼저 그린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평가는 화수분 야구다. 롯데에게 그런 면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길게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개 구단 중 모기업 입김이 가장 센 구단으로 알려진 게 롯데다. 프런트 야구라기 보다는 모기업 야구를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게 롯데다. 모기업 입김이 배제된 롯데만의 야구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