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20년까지 ‘인공 달’을 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도시의 밤거리를 가로등 없이도 환하게 비추겠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에 러시아가 인공 달을 띄우고자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18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펑우천 청두우주과학기술 전자시스템연구소 소장은 2018년 전국집단혁신및기업가주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펑 소장은 “수년 전부터 인공 달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며 “마침내 2020년 인공 달을 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달은 인공위성 중 하나다. 초대형 접시 안테나와 같은 원형 판이 부착된다. 이 원형 판은 빛을 잘 반사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돼 달과 같이 빛을 비출 수 있다. 펑 소장은 “3개의 거대한 거울을 띄울 것”이라고 표현했다. 펑 소장은 인공위성을 발사해 지구궤도에 올린 후 원형 반사체를 통해 태양 빛을 지상에 비출 예정이다.
인공 달빛은 보름달보다 8배 강한 빛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빛이 닿는 지표면의 면적은 지름 10~8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공 달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거의 같은 높이로 지구의 500㎞ 정도의 궤도를 돌 예정이다. 달은 지구상에서 평균 약 380000㎞ 궤도를 돌고 있다.
펑 소장은 가짜 달의 자세한 모습은 밝히지 않았지만, 빛의 정확도와 강도는 모두 제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 데일리는 인공 달을 사용하면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 이후에 정전 지역을 비출 수 있다고 전했다. 글래스고 대학교 우주 시스템 공학과의 마테오 세리오티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의 전력은 매우 비싸다”라며 “인공 달이 성공하면 중국에서 약 15년 간 무료로 가로등을 쓸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세리오티 박사는 인공 달은 과학적으로 실행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짜 달은 청두시 궤도에 영구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공 달이 지구에서 약 37000㎞ 떨어진 정지 궤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그 거리에서 유일한 문제는 인공위성 지시 방향이 매우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10㎞의 오차라도 난다면, 빛은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세리오티 박사는 “그 거리에서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려면 거울은 정말로 거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인공 달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하얼빈 공과 대학교의 강 웨이민 감독은 인민 일보에 위성의 빛은 “황혼 같은 빛”과 비슷할 것이며 동물의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SNS 사용자들은 “야행성 동물을 반드시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명의 빛공해에서 밤하늘을 보호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의 공공 정책 담당이사 존 바렌틴은 BBC에 “달은 도시의 야간 밝기를 현저하게 증가시켜 불필요한 빛을 차단할 수 없는 청두 주민들에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세리오티 박사는 “빛이 너무 강하면 자연의 야간주기를 어지럽히고 동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시도는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러시아 과학자들은 200~420㎞ 사이의 궤도를 선회하고 있던 미르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는 보급선에서 20m 폭의 반사판을 발사했다. ‘즈나먀2’로 불리는 해당 인공 달은 지름 5㎞의 빛을 지구로 잠깐 보냈지만 위성이 곧바로 타들어가면서 실패했다. 2013년 노르웨이 리우칸에서는 3개의 거대한 거울로 햇빛을 마을 광장에 비추는 실험이 시도되기도 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