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월드컵·아시안게임 특수 못 누린 강원FC… 미래는?

입력 2018-10-22 07:00 수정 2018-10-22 07:00
강원FC 홈구장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전경

강원 FC가 20일 K리그 33라운드 울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패했다. 상·하위 스플릿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이 패배로 많은 것을 잃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만큼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최대한 많은 팬들이 원정 응원에 함께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까지 무료로 운행했다. 그렇지만 강원의 상위 스플릿 잔류는 이루지 못한 드라마로 끝났다.

강원엔 더 큰 숙제가 있다. 바로 홈경기 관중 동원 문제다. 강원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017년 K리그1 평균인 6486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약 2000명 수준. 강원도와 구단에 따르면 올 시즌 춘천에서 치러진 홈경기 유로 관중은 평균 1426명(총 16경기)으로 집계됐다. 프로축구 12개 구단 최하위다. 이는 K리그1에서 국군체육부대인 상주 상무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K리그는 입장수입 증대를 바탕으로 한 각 구단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올 시즌부터 유료 관중만을 공식 관중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들어간 돈도 적지 않다. 강원은 지난해 120억원, 올해 115억원을 투자해 최근 2년 동안 235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구단주로 참여한 시·도민구단 중 최고액이다. 도민 구단인 강원FC는 도민의 혈세인 도비 지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전북 현대에 이어 2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 지은 경남 FC가 155억원, 월드컵 스타 조현우 골키퍼의 소속팀 대구 FC가 115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강원이 구단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올해 40억원을 투자한 광주 FC의 무려 3배 수준이다. FC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100억여원의 세금을 쓰면서 창단 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중의 호응은 마음 같지 않다.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뜨거운 와중에도 강원의 홈구장의 빈 좌석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강원이 관중 동원 면에서 참패를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6일 열렸던 강원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다.

강원FC가 우리 팀이라고?

강원이 지금의 홈구장인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2년째 접어들었다. 이곳은 강원도 내에서는 강릉, 정선과 함께 유일하게 야간조명시설이 갖춰진 구장으로 육상트랙이 깔려 있어 가시성은 떨어지지만 도민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2만석의 좌석에 최대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라운드 상태 또한 천연 잔디가 깔려있다. 하지만 관중이 가장 적은 시간대인 평일 낮에는 강원의 홈구장 관중수는 심할 경우 300명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2만석의 좌석이 더없이 비어보인다.

강원이 춘천에 오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문제로 기존의 홈구장이었던 강릉이 아닌 평창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춘천시와 오랜 협의 끝에 현재의 홈구장으로 옮겨오게 됐다. 그런만큼 시민들의 애착도 많이 떨어졌다. 실제로 춘천시민들 중에서도 강원FC가 춘천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춘천은 프로축구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많다. 올 한해 춘천에선 인형극제와 마임축제, 아트 페스티벌 등 13개의 공식 축제들이 열렸다.

구단 자체적인 문제를 되짚어야 한다. 골키퍼 함석민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는 한편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벌어졌던 국가대표 수비수 윤영선의 이적 파동 등 지역 정서를 나빠지게 하는 여러 악재가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조태룡 이사가 감사에서 징계를 받았다.

연맹 상벌위는 지난 15일 조 대표의 비위행위와 관련해 제재금 5000만원 및 조 대표에 대한 2년간 축구 관련 직무 정지 조치 명령을 내렸다. 조 대표의 비위사실로 ▲구단 대표이사 지위를 남용해 구단을 자신의 사익 추구로 전락시킨 행위 ▲구단을 정치에 관여시켜 축구의 순수성을 훼손한 행위 ▲연맹의 정당한 지시사항에 불응하고 연맹이 요구하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행위 ▲K리그 비방 및 명예실추 등 4가지 사항이 명시됐다.

조 대표는 “나는 의장 역할을 맡았지만 본인과 이해관계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나를 제외한 이사들이 의결하는 것”이라며 “당시 나를 제외하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정족수를 충족해 해당 조항을 최종적으로 의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강원 스스로 구단 가치와 이미지를 떨어뜨리며 제자리에 넘어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도는 지자체 혈세로 운영되는 강원에 공무원 2명(단장·행정지원팀장)을 파견해 대표이사를 돕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단장의 역할이 극히 제한돼 있어 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이사와 단장의 업무가 명확하게 이원화해 스스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강원도 홍천 소재 한 고등학교에 방문한 강원FC 선수들. 춘천시 제공

구단과 연맹은 노력 중

“교통이 너무 불편합니다.” “나는 메시 호날두만 보는데….”

강원을 향한 도민들의 축구 열기가 유독 시들시들한 설명으로 여러 가지가 뒤따른다. 하지만 여러 제약이 있는 와중에도 강원은 도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춘천이 수도권과 대중교통 연계가 좋은데다 관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강원FC의 홈구장인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은 시 외곽에 위치해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다. 그렇다고 도로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자가용 접근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강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릉과 춘천을 비롯해 여러 곳곳에서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이는 경기가 끝나고 귀갓길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올 시즌 홈 관중들을 위해 매 경기 각종 이벤트와 상품 제공에 나서고 있다. 장외행사 역시 타 구단에 비해 뒤지지 않는 편이다. 구단 선수들의 팬사인회, 출석체크, 포토존, 응원메시지, SNS팔로우 이벤트, 미니게임 등의 체험 이벤트를 연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행사를 즐기다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도록 각종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운영 중이다.

지속적인 팬 유입을 위해 지역밀착 활동 역시 부지런히 하고 있다. 초등학교 등하교와 지역아동센터 축구클리닉, 대학행사 부스 참여와 대학생마케터운영 등은 모두 그러한 일환이다. 선수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며 다양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축구클리닉과 팬미팅 횟수 역시 늘었다. 이 모두 홈 관중 증대를 위해서다.

한국축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불붙은 축구 열기가 절정에 달하며 다시 한번 부흥기를 겪고 있다. 10월 A매치 경기였던 우루과이와 파나마 평가전 티켓 역시 3시간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K리그는 그렇지 않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여파로 올 한해 K리그 평균관중이 반짝 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빈 관중석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매번 반복됐다. 흥행의 척도인 평균 관중과 운동장 점유율에서는 동남아 국가들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쟁국인 일본·중국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K리그의 현주소다. 경기력만이 아니다. K리그의 수익성과 재정 안정성이 뒷받침 돼야 한국축구 역시 성장하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선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이대로 적자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해로 K리그 참가 10년째를 맞는 강원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도와 구단 측은 축구팬들과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냉정하게 스스로를 진단하고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팬들 역시 진정으로 한국축구를 사랑한다면 구단의 노력에 반응해 한번쯤 마음을 열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홈경기가 열리는 날은 지역의 축제와도 같다. 그날만큼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한번쯤 찾아봐주는 것은 어떨까.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인저리타임.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송태화 기자가 함성소리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 연재입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