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하락 없이 물가 상승만 부추긴다

입력 2018-10-21 15:12

정부가 중소기업은 살리고 가계 빚 부담은 경감하기 위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 실효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석유공사의 ‘10월 셋째 주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에 따르면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10원 이상 오르는 등 가격이 계속 올랐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686.3원으로 전주대비 11.3원, 경유는 ℓ당 1490.4원으로 12.5원 상승했다. 21일 현재 휘발유 가격은 1689.41원이었다.

기름 값이 계속 솟구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다음 주 중 유류세 인하 방침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1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청와대·부처 등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다음주 대책 발표에 포함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하 폭은 1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와 경유는 ℓ당 각각 82원, 57원씩 내린다. 액화석유가스(LPG)와 부탄도 ℓ당 21원씩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티은행은 한국이 유류세를 10% 인하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 포인트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영향에도 제한을 줄 것으로 봤다.

시티은행은 유류세를 10% 낮추면 휘발유 소매가는 4.9%, 다른 석유제품 가격은 2.2~3.9%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류세를 인하하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낮출 수 있지만 내년엔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시티은행 측 설명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아예 유류세 인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근거로 든 것은 이명박정부가 지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를 일시적으로 10% 인하한 것이다.

2008년 유류세 인하 효과 단순 추정치

당시 유류세 인하 전이었던 1~2월과 유류세 인하기간인 10개월간 가격을 비교해 보니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약 3% 인상률을 보였고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7.8%나 늘었다.

휘발유 가격에서 국제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 전후라 유류세 인하보다는 국제유가 인상률에 좌우된다는 게 유 의원 측 설명이다.

유 의원은 “2008년 유류세 인하 정책은 휘발유 가격이 오히려 오르면서 1조6000억원의 세수만 날렸다”며 “현 정부는 2조원 가량의 세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을 감안해 실제 경기 부양효과가 있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