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9라운드까지 끝낸 21일 현재 1위 FC바르셀로나(18점)와 한 경기 덜 치른 최하위 SD우에스카(5점)의 승점 차이는 13점이다. 5경기 결과에 따라 꼴찌가 선두로 도약할 수도 있다. 전통의 강호들이 연일 발목을 잡히며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군다B(3부리그)와 세군다디비전(2부리그)를 거쳐 2016-2017 시즌 라리가로 승격했던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는 바르셀로나가 이날 세비야에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선두에 있었다. 알라베스는 지난 7일 레알 마드리드를 1대 0으로 격파한 데 이어 20일 셀타비고에 1대 0 승리를 거두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힘겨운 강등권 싸움을 계속하며 14위의 성적표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무척 놀라운 성과다.
라리가의 순위 경쟁이 혼돈의 상황으로 접어든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8라운드를 기준으로 79경기에서 196골이 터졌다. 이는 지난 시즌 대비 26골이 적은 기록으로 12년 만에 최저다. 지난 시즌 20개의 팀들에서 강등된 3개의 팀들을 제외한 17팀 중 13개 팀이 지난 시즌보다 적은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팀들은 세비야와 에스파뇰, 알라베스 뿐이다. 레가네스는 똑같은 득점을 기록했다. 새 얼굴들인 크리스티안 스투아니(8골)와 안드레 실바(7골), 로저 마르티(5골)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뜨거운 활약을 이어가며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스페인 전통의 강호로 군림해왔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쌍벽’, 라리가의 난적 발렌시아의 부진이 눈에 띈다. 바르셀로나는 세비야를 상대로 4대 2 완승을 거두며 간신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으나 이전까지 리그 4연속 무승이라는 부진에 시달렸다. 레알은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하다. 20일 레반테에 1대 2로 패하며 리그 4경기 연속 무승과 함께 4승2무3패(승점 14점)를 기록하게 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9라운드를 소화하는 동안 단 4번 승리를 챙기는데 그쳤다.
전통의 명가였던 발렌시아의 부진도 심각하다. 1승 7무 1패. 무승부만 거듭하고 있다. 6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12라운드까지 승리가 없었던 1957-1958 시즌 이후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9경기 6골에 그치며 공격력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 4위에 오르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했던 그때의 위용은 사라졌다.
아틀레티코를 이끌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21일 현지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구조를 이루던 때 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며 현재와 같은 리그 분위기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의 라리가가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양강 구도를 이루던 때 보다 더욱 긍정적이 됐다고 본 것이다.
순위 경쟁이 더욱 혼돈으로 치닫는 가운데 라리가 우승컵의 향방은 점차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