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19일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의 설립 안건이 오늘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됐다”면서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절차를 완료하고 신차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서 한국GM의 R&D 법인 신설 계획에 반발해 주주총회 개최 금지를 요구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방문한 산은 측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제지로 주총에 참가하지 못해 신설법인 설립 안건은 한국GM이 단독 의결했다.
노조는 글로벌 GM이 법인을 분리한 뒤 결국 R&D 조직만 챙겨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며 법인 분리가 ‘먹튀’를 위한 사전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한국GM은 “직원들이 변화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법인 분리는 한국GM의 R&D 능력을 입증해 위상을 강화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정부에 최소 향후 10년간 국내 사업을 유지하고 연간 50만대 생산을 약속했기 때문에 ‘먹튀’ 주장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생산규모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차를 발표해 판매를 늘리는 선순환이 현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법인을 분리할 경우 노조의 세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R&D 법인이 분리되면 현재 노조 조합원 1만여명 중 3000여명이 새 법인으로 옮기게 되는 탓이다. 노조는 “R&D 법인에는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는다. 법인 분리는 경영정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 죽이기”라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자산을 챙겨 한국을 떠날 때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15~16일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조합원 8899명 가운데 8007명(78.2%)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노조는 당시 “법인분리를 강행한다면 한국GM과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키기 위해 한국GM지부의 총파업을 선두로 한 18만 금속노동자의 모든 투쟁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오는 22일 조정중단 결정을 내리는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국GM은 “법인이 분리돼도 조합원들이 원한다면 노조를 유지하고 단체협약 승계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지켜낸 생산직 직원들에 비해 저연령층의 사무직 지원들은 상대적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는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 이탈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 법인으로 옮기게 되는 조합원들이 대부분 연구직 및 사무직 직원들이다.
법인 분리와 관련해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무급휴직자 생계비 대책 마련’ 문제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사측에 특별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군산공장 폐쇄 후 노사는 지난 4월 협상 과정에서 이 공장 휴직자들에게 월 225만원의 생계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1월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고 이후 30개월은 회사와 노조가 생계보조금을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이탈하게 되면 12월 이후 기존 조합원들의 생계보조금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주총은 조합원들이 사장실 입구를 점거하면서 예정 시각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다. 노조는 R&D 신설 법인과 관련된 안건의 통과를 막기 위해 주총1시간 전부터 사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사측은 사장실로 이어지는 본사 3층 계단 출입구 문을 걸어 잠그고 용역업체 직원을 배치해 노조의 진입을 저지하려 했으나 노조는 사장실 입구에 진입했다. 사장실 앞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와 용역업체 직원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한국GM은 기존법인인 ‘한국GM’(생산·정비·판매)과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R&D·디자인 등)로 분리된다. 한국GM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분할비율은 1 대 0.0001804로 분할 후 한국GM 자본금은 2167억7550만원,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자본금은 3911만원이 된다. 법인은 다음달 30일을 기준으로 분할되며 분할 등기는 12월 3일 이뤄질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