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라디오 프로그램에 하차 압박을 받은 방송인 김미화(54)씨가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직접 프로그램을 옮기라 했다”고 증언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 전 사장의 국정원법 위반 사건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기자회견 간담회 사회를 보러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며 자진하차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행사는 출연료를 받고 진행한 것이었다”며 “MBC에서 하차 얘기가 계속 나왔다. 담당 PD들이 계속 간부들에게 불려갔다”고 했다.
이어 “2011년 4월 김 전 사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시죠’라고 했다. 방송사 대표까지 이렇게 얘기하는 거면 난 이제 물러나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며 하차 이유도 모른 채 라디오를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PD들이 노골적으로 이번 정권에서 나를 싫어하는데 쓰기 좀 그렇다고 얘기했다. PD들에게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며 하차 후에도 방송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은 2011년 3월 ‘PD수첩’ PD 8명을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등 방송 제작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4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씨의 사퇴를 요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뉴시스